커피를 남기고 간 사람

커피를 한 번도 끝까지 마신 적 없는 사람이 있다. 늘 잔이 반쯤 비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다. 뜨거움이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입술이 닿은 뒤부터 조금씩 다른 것이 되어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처럼. 마지막 모금을 남기는 손에는 늘 작은 망설임이 있지만, 그것이 미련인지 결심인지 알지 못한다.
내려놓은 잔에는 언제나 애매한 온기가 남아 있다. 뜨겁다고 말하기엔 늦고, 식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른. 증기와 체온이 잠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서로를 모르는 척하기 직전의 온도.
그 짧은 구간을 사람들은 잘 알아채지 못한다. 너무 잠깐이어서, 누군가 자리를 비운 뒤에야 비로소 도착하는 온도기에. 자리에 남은 잔은 한동안 혼자 식어간다. 김이 잦아들고,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기고, 손잡이가 차가워지는 동안에도 잔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머무른다. 마치 주인을 놓친 체온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를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주문한 메뉴나 앉던 자리, 함께 나누다 만 말 같은 것들은 쉽게 지워진다. 얼굴조차 흐릿해지고, 이름은 불러보기도 전에 잊힌다. 다만 탁자 위에는 자꾸 끝까지 마시지 않은 따뜻함이 남는다. 마치 겨울에게 작은 대답을 해주고 간 것처럼. 겨울도 가끔은 그 온도로 하룻밤을 견딘다.
작성일 : 2026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