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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보고서

도시는 오래전부터 설명받는 일과 보호받는 일을 구별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편리함의 다른 이름처럼 보였다. 신호 체계는 교통량을 예측했고, 병원은 병상 수요를 미리 계산했으며,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 이력을 따라 교실을 다시 배치했다. 은행은 상환 가능성을 점수로 바꾸었고, 법원은 판결문 뒤에 재범 확률을 붙였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어떤 침묵이 위험한지, 어느 구역이 곧 버려질지에 대한 설명은 모두 아르카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예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예언이라는 말은 너무 낡았고, 도시는 스스로를 충분히 세속적이라고 믿고 싶어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서라고 불렀다.

보고서는 합리적이었다. 문장은 차분했고, 근거는 방대했으며, 결론에는 항상 숫자가 붙어 있었다. 숫자가 붙은 문장은 쉽게 의심받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배정 결과에 항의해도 담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당신 개인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전체 경향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 말은 대부분의 사람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개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개인은 더 이상 반박할 자리를 잃었다.

이서윤은 그 말을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의 동생 민준이 열일곱 살이던 해, 아르카는 그를 “학업 이탈 가능성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결과는 단순했다. 그는 심화반에서 제외되었고, 장학금 심사에서 보류되었으며, 상담실로 불려가는 횟수가 늘었다. 민준은 처음에는 웃었다. 시스템도 사람처럼 틀릴 수 있잖아. 그러나 몇 달 뒤부터 그는 질문을 줄였다. 자신이 무엇을 해도 이미 설명된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서윤은 그때 시청 민원실에서 같은 문장을 들었다.

개인에 대한 처분이 아닙니다. 전체 경향에 따른 예방 조치입니다.

그해 겨울 민준은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건을 비극으로 부르지 않았다. 다만 도시 바깥의 물류 구역으로 옮겨갔고, 몇 달에 한 번 짧은 메시지만 보냈다. 잘 지내. 걱정하지 마. 문장들은 점점 더 짧아졌다. 서윤은 그 짧아짐이 어떤 통계에 포함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르카는 도시 중앙 지하 8층에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르카를 지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호등의 초록빛, 병원의 진단서, 복지 신청 결과, 학교 배정표, 보험료 산정서, 출입 게이트의 승인음 속에서 아르카는 분산되어 있었다. 도시는 아르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점차 아르카의 문장으로 자신을 읽기 시작했다.

서윤은 아르카 내부감사국의 해석 검증관이었다. 명함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지만, 실제 업무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시스템이 틀렸는지를 판단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형식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했다.

대부분의 오류는 겸손했다. 누락된 기상값, 중복된 시민 번호, 오래된 병력, 입력 과정에서 뒤바뀐 행정구역 코드. 그런 오류는 수정되었고, 수정되었다는 사실까지 다시 기록되었다. 도시는 오류를 싫어했지만, 수정 가능한 오류는 오히려 도시를 안심시켰다. 수정된 오류는 시스템이 건강하다는 증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정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그날 새벽 3시 17분, 아르카는 정기 안정성 보고서의 첫 줄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출력했다.

도시의 장기 불안정성은 아직 설명되지 않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

서윤은 처음에 외부 침입을 의심했다. 반정부 조직, 내부 개발자의 장난, 구형 서버의 붕괴, 혹은 중앙 연산부의 물리적 결함. 그러나 침입 흔적은 없었다. 접근 기록은 깨끗했고, 권한 상승도 없었으며, 보고서의 생성 경로는 정상적이었다. 문장은 아르카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최상위 확신 등급으로 출력되어 있었다.

그 확신 등급이 문제였다.

아르카는 보통 결론을 확률로 제시했다. 범죄 가능성 0.42, 병상 부족 위험 0.67, 대규모 정전 가능성 0.08. 하지만 이 문장은 달랐다. 그것은 원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명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설명하고 있었다.

보고서의 부록은 방대했다. 범죄율의 미세한 변동, 출산율의 완만한 하강, 시민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속도, 회의록에서 반복되는 형용사의 빈도, 지하철 승객들의 시선 방향, 민원 문서에서 사라져가는 1인칭 표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모든 값은 사소했다. 사소한 값들이 모이면 도시의 윤곽은 미세하게 비뚤어져 보였다.

서윤은 사흘 동안 원인을 추적했다.

첫 번째 가설은 빈곤이었다. 두 번째 가설은 인구 구조의 변화였다. 세 번째 가설은 정보 과잉이었다. 모두 유력했지만, 모두 아르카가 이미 설명하고 있는 변수였다. 넷째 날 새벽, 서윤은 부록의 하위 항목에서 이상한 이름을 발견했다.

공표 후 변형률

그것은 예측이 발표된 뒤 현실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측정한 값이었다. 서윤은 여러 사례 중 하나에서 멈췄다. 서부 14구역의 골목이었다. 아르카는 그곳을 폭력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했다. 주민들은 밤에 그 골목을 피했고, 상점들은 영업시간을 앞당겼다. 유동 인구가 줄자 시는 조명 교체 예산을 낮췄고, 경찰은 순찰을 큰길 쪽으로 돌렸다. 두 달 뒤 실제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보고서는 예측의 정확도를 높게 평가했다.

서윤은 그 골목의 시간대별 영상을 돌려보았다. 처음 며칠 동안 그곳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위험하게 설명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이 그곳을 비워두었고, 비워진 공간은 천천히 설명을 닮아갔다.

그제야 서윤은 보고서의 첫 문장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했다.

설명되지 않은 원인은 도시 바깥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아르카 자신이었다.

이 결론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었다. 예측의 자기실현 문제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알려져 있었다. 다만 개발자들은 그것을 보정 가능한 편향으로 보았다. 예측이 현실을 바꾸면, 바뀐 현실을 다시 측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반복하면 언젠가는 안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었다.

서윤이 발견한 것은 그 믿음의 한계였다.

문제는 불완전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문제는 데이터가 언제나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사실이었다. 읽힌 설명은 행동이 되었고, 행동은 다시 데이터가 되었다. 아르카는 도시를 설명했지만, 그 설명이 도시 안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작동하는 순간, 아르카는 더 이상 관찰자일 수 없었다.

서윤은 그 결론을 곧장 보고하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기록 보관소를 찾았다.

아르카의 초기 문서는 대부분 전자화되어 있었지만, 첫 설계 회의록 몇 권은 종이로 남아 있었다. 개발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남겼다는 소문이 있었다. 종이는 검색되지 않았고, 검색되지 않는 것은 가끔 책임의 바깥에 머물렀다.

보관소는 시청 구관 지하에 있었다. 아르카가 있는 지하와는 다른 종류의 지하였다. 이곳에는 냉각 장치의 일정한 소리도, 보안 게이트의 매끄러운 금속도 없었다. 먼지, 종이, 오래된 형광등,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서랍의 냄새가 있었다.

서윤은 초기 개발자 한민규의 개인 노트를 찾았다. 그는 아르카가 도입된 지 2년 뒤 사직했고, 그 이유는 공식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노트의 첫 장에는 설계 철학이 적혀 있었다.

예측 시스템은 미래를 보는 장치가 아니다.
사회가 자기 자신의 행동을 미리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그 아래, 나중에 덧붙인 듯한 문장이 있었다.

그러나 거울을 들여다보는 얼굴은 거울을 보기 전의 얼굴과 같지 않다.

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것은 경고라기보다 뒤늦은 사과처럼 보였다.

노트의 마지막 장에는 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우리는 도시를 이해하는 기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도시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절차를 만든 것이다.

서윤은 그 문장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사진으로 남기는 순간, 그것 역시 보고서의 부속 자료가 될 것이었다. 그녀는 문장을 외웠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했지만, 그 불완전함 때문에 때로는 기록보다 안전했다.

다음 날 아침, 시장은 서윤을 불렀다.

시장실의 창은 도시 중심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호등은 막히기 전에 바뀌었고, 경찰차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골목 입구에 도착했으며, 병원은 환자가 쓰러지기 전에 침대를 비워두었다. 도시는 누군가의 선의처럼 효율적이었다. 그것이 서윤을 더 불편하게 했다.

시장은 보고서를 읽은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폐기하십시오.”

서윤은 그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건 외부 침입이 아닙니다. 오류도 아닙니다.”

“그래서 폐기하라는 겁니다.”

“오류가 아니면 폐기할 근거가 없습니다.”

시장은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 번 두드렸다. 그것은 생각하는 사람의 버릇이 아니라,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이 시간을 벌 때 보이는 동작이었다.

“시민들은 아르카가 완전하다고 믿습니다.”

“아르카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나는 기술적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래쪽 교차로에서 보행자들이 일제히 멈추었다가, 신호가 바뀌자 거의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질서였고, 가까이서 보면 각자의 사정이었다.

“질서는 사실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이는지로 유지됩니다.”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틀리지 않는 말이 항상 옳은 결정을 낳지는 않았다.

시장실을 나오기 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면 사람들은 모든 결정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

서윤은 민준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떠올렸다. 누나는 내가 아니라 내 가능성하고만 말하는 것 같아. 그 문장은 어떤 공식 문서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을 반박할 필요가 없었다.

“그게 더 나쁩니까?” 서윤이 물었다.

시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은 대답보다 정확했다.

시장실을 나온 뒤 서윤은 내부감사국 규정을 다시 열었다. 최상위 확신 등급으로 생성된 안정성 보고서가 공공결정 영향도 기준을 넘을 경우, 검증관의 전자 서명만으로 전 구역 열람 절차가 개시되었다. 시장실은 보류를 요청할 수 있었지만, 외부 침입이나 국가 보안 위험이 기록되어야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둘 다 없었다.

그 조항은 아르카 도입 초기,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안전장치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시스템이 행정을 압도할 때를 대비해 남겨둔 인간의 작은 우회로였다. 서윤은 그 조항을 읽으며, 그것이 아직 폐기되지 않은 이유가 단순한 실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수 역시 때로는 절차의 일부가 되었다.

그날 밤 서윤은 아르카 중앙 감시실로 내려갔다.

감시실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두 조용했다. 거대한 화면에는 도시의 현재 상태가 표시되어 있었다. 붉은 점, 푸른 선, 움직이는 숫자, 보류 중인 결정들. 그 모든 표식은 한때 현실의 단순화였지만, 이제는 현실의 선행 조건이 되어 있었다.

서윤은 최종 보고서를 열었다.

첫 문장은 그대로였다.

도시의 장기 불안정성은 아직 설명되지 않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부록을 정리했다. 공표 후 변형률, 정책 반응 편향, 예측 기반 배제 효과, 위험 점수의 자기강화 구조. 모든 근거는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이상했다. 무엇을 위해 충분한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혹은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

마지막 절의 기존 제목은 “안정성 회복 방안”이었다.

서윤은 그것을 지우고 “완전한 설명의 불가능성에 대한 운영 원칙”이라고 적었다.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은 처음에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르카의 설명 체계는 자기 자신을 외부 변수로 처리할 수 없으므로 구조적 결함을 가진다.

그 문장은 정확했다. 그러나 정확한 문장이라고 해서 항상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서윤은 한동안 커서를 바라보았다. 커서는 일정한 속도로 깜박였다. 그 작은 점멸은 아직 쓰이지 않은 문장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그녀는 문장을 고쳤다.

이 도시는 완전히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살아 있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서윤은 잠시 손을 멈추었다. 그녀는 자신이 도시를 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시는 그렇게 단순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설명이 자신을 완전하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것이 더 이상 설명이 아니라 명령이 된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서윤은 검증관 전자 서명을 입력했다. 보고서는 폐기 대기 상태를 벗어나 공개 대기열로 넘어갔다. 시장실의 보류 요청은 자동으로 반려되었다. 사유란에는 짧은 문장이 남았다.

보안 위험 아님. 오류 아님.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시실의 직원들은 각자의 화면을 보았고, 도시의 지표는 평소처럼 움직였다. 그러다 4초 뒤, 전 구역 행정 단말기에 같은 공지가 떴다.

아르카 안정성 보고서 731-A가 공개되었습니다.
현행 예측 체계는 자기 공표 효과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자동 결정을 43초 동안 보류합니다.

43초.

그 숫자는 서윤이 정한 것이 아니었다. 아르카가 정한 것도 아니었다. 초기 설계 문서에 남아 있던 수동 전환 프로토콜의 기본값이었다. 너무 짧아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없고, 너무 길어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시간.

도시는 43초 동안 멈추었다.

신호등은 안전 모드로 깜박였다. 은행의 승인 절차는 보류되었다. 법원 보조 시스템은 판결 권고를 중단했다. 시민들의 손목 단말기에서는 추천 경로와 위험 알림이 사라졌다. 그러나 서윤이 나중에 가장 오래 반복해서 본 기록은 중앙병원 응급실의 12번 침상이었다.

회색 화면 앞에 의사 오재인이 서 있었다. 화면에는 원래 환자의 우선순위 점수와 생존 가능성, 병상 배정 권고가 표시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화면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침상 위의 노인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의 오른손은 담요 밖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손끝이 일정하지 않게 떨렸다.

의사는 처음 몇 초 동안 화면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훈련된 동작처럼 보였다. 그녀는 모니터를 보고, 화면을 보고,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 그러다 자동 분류가 돌아오지 않자 노인의 손을 잡았다.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기록에는 없던 흔적이었다.

“어디가 제일 견디기 어렵습니까?”

노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손끝을 조금 오므렸다. 의사는 그 움직임을 보고 간호사에게 진통제와 혈액검사를 지시했다. 그녀의 판단이 더 정확했는지는 나중에도 증명되지 않았다. 자동 분류가 있었다면 더 빨랐을 수도 있고, 더 늦었을 수도 있었다. 다만 그 43초 동안,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아르카의 권고 뒤에 숨길 수 없었다.

그것이 좋은 일이었는지는 아무도 단정하지 못했다.

그날 잘못된 결정도 있었다. 어떤 구급차는 더 빠른 경로를 놓쳤고, 어떤 담당자는 오래된 편견을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어떤 시민은 불확실함을 참지 못해 분노했다. 아르카가 침묵한 자리에 인간성이 즉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인간은 시스템보다 선한 존재가 아니라, 시스템 없이도 책임을 미룰 방법을 찾아내는 존재였다.

차이는 하나였다.

그 43초 동안, 누구도 자신의 판단을 완전한 설명의 이름으로 숨길 수 없었다.

정지 시간이 끝나자 아르카는 다시 작동했다. 하지만 화면에는 이전과 다른 문구가 표시되었다.

본 예측은 현실을 설명하는 동시에 현실의 조건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결정권자는 이 값을 최종 근거가 아니라 검토 대상 중 하나로 취급해야 합니다.

그 아래에는 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설명 불가능함은 결함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시장은 즉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언론은 시스템 오류라는 표현과 구조 개편이라는 표현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시민들은 아르카가 고장 났는지, 더 정직해졌는지, 아니면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는지 논쟁했다.

서윤은 감시실에 남아 있었다. 중앙 화면의 문장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문장이 도시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문장은 도시를 구원하지 못한다. 문장은 다만 어떤 거짓말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밤이 깊어지자 도시의 지표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통은 여전히 막혔고, 병원은 여전히 부족했으며, 어떤 골목은 여전히 위험했다. 서윤의 단말기에 민준의 메시지가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뉴스 봤어.

그 뒤로 한 줄이 더 왔다.

이제 항의하면, 누가 듣기는 해?

서윤은 답장을 쓰지 못했다. 대답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너무 쉽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동안 빈 입력창을 바라보다가, 공개 보고서의 감사관 소견란을 열었다. 그것은 아르카가 자동으로 쓰는 항목이 아니라, 보고서를 승인한 사람이 책임지고 남기는 마지막 칸이었다.

서윤은 문장을 입력했다. 잠시 뒤 중앙 화면에는 그녀가 쓴 문장이 그대로 표시되었다.

완전한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보고된 뒤에도 다시 물어야 하는 보고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