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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학적 진리를 발견하는가, 만들어내는가

온도계로는 부족하다

온도계를 물에 넣으면 눈금이 움직인다. 이 장면은 과학적 진리 형성의 표면을 보여주지만, 진리의 시험은 이런 안전한 사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온도 측정은 이론적 합의가 안정되어 있고, 장치의 신뢰성이 검증되어 있으며, 단위 체계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영역이다. 발견과 구성의 분배 비율을 가르는 진짜 시험은 합의가 흔들리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때 검출되었다고 발표되었다가 재현 실패로 폐기된 1969년 조지프 웨버(Joseph Weber)의 중력파 주장, 한 세대 동안 표준 모델로 작동하다가 사라진 칼로릭(caloric)과 발광 에테르(luminiferous ether), p값 임계값 하나로 발견과 잡음이 갈리는 의학 통계, 검증 경로 자체가 모호한 다중우주(multiverse)와 끈이론의 일부 시나리오 — 이런 자리에서 과학적 진리의 작동 방식이 드러난다.

이 글은 과학적 진리를 다룬다. 도덕적·역사적·법적 진실은 다른 검증 조건을 갖는다. 다만 이 글은 다음의 약한 종합을 거부한다. "과학은 발견과 구성이 함께 작동한다"는 명제는 양극의 도전을 절충하는 듯 보이지만, 어디서 발견이 끝나고 구성이 시작되는지를 분석하지 않는 한 어떤 진영의 비판도 정면에서 받지 않는다. 이 글의 작업은 두 층위가 충돌하는 지점들을 찾아내고, 그 지점에서 어느 쪽이 어떤 강도로 작동하는지 분리해 보이는 것이다. 발견의 잔여는 어디에 있고, 구성의 침투는 어디까지 미치는가. 이것이 통과되어야 할 시험이다.

측정의 이중 구조

측정 철학의 한 전통은 표상이론(Representational Theory of Measurement)이다. 패트릭 수페스(Patrick Suppes), 던컨 루스(R. Duncan Luce), 데이비드 크랜츠(David Krantz),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Foundations of Measurement』(1971–1990)는 측정을 경험적 관계 시스템과 수치적 관계 시스템 사이의 동형사상(homomorphism)으로 정식화한다. 길이를 측정한다는 것은 막대들 사이의 "더 길다" 관계를 실수의 "더 크다" 관계에 대응시키는 것이며, 이 대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막대들의 관계가 일정한 구조적 조건(추이성, 비대칭성 등)을 만족해야 한다. 측정은 자연이 이미 가진 구조를 수치 체계에 사상(寫像)하는 작업이며, 자연의 구조가 그 사상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이 정식화는 발견 측면을 강하게 부각한다. 그러나 표상이론만으로는 실제 과학에서 일어나는 측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에란 탈(Eran Tal)이 정리한 모델 기반 측정 이론(model-based account of measurement)은 측정값이 단순히 자연 구조의 사상이 아니라, 측정 장치, 환경, 이론적 가정을 함께 모형화한 결과로 산출된다고 본다. 켈빈(K)의 정의가 2019년 국제단위계 개정에서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t)를 통해 다시 주어진 사건은 이 점을 보여준다. 켈빈은 더 이상 물의 삼중점이라는 물리적 상태에 직접 매여 있지 않다. 볼츠만 상수의 수치값(1.380649×10⁻²³ J/K)을 정확값으로 고정함으로써 단위가 정의되며, 이 정의는 통계역학 전체의 이론 체계를 전제한다. 측정은 이론을 통해 가능해진다.

측정의 이중 구조는 여기에 있다. 한쪽에서 자연의 구조는 어떤 사상이 안정될 수 있는지를 제한한다. 반대쪽에서 측정 모델은 어떤 양을 어떤 단위로 어떤 정밀도로 표현할지를 결정한다. 두 층위는 분리되지 않지만 동일하지도 않다. 자연의 구조 없이는 사상이 불가능하고, 모델 없이는 사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측정의 이중성은 이 두 층위의 동시 작동을 가리키며,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관찰의 이론적재성

관찰을 수동적 기록으로 보는 관점은 노우드 핸슨(Norwood Russell Hanson)의 『Patterns of Discovery』(1958)에 의해 깊이 흔들렸다. 핸슨은 같은 일출을 보면서 티코 브라헤(Tycho Brahe)와 케플러(Johannes Kepler)가 다른 것을 본다고 말한다. 한 사람은 태양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은 지구가 회전하는 것을 본다. 이 차이는 데이터의 차이가 아니라 데이터를 조직하는 이론적 틀의 차이다. 관찰은 이론적재적(theory-laden)이다.

토머스 쿤(Thomas Kuhn)의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1962)은 이 통찰을 과학사 전체로 확장한다. 정상과학(normal science)은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인식 틀 안에서 작동하며,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면 과학자들은 "다른 세계에서 작업하게 된다." 쿤이 말한 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은 패러다임 사이의 번역 불가능성을 가리킨다. 산소(oxygen) 패러다임의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와 플로지스톤(phlogiston) 패러다임의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는 같은 실험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다른 사실을 보았다.

여기서 발생하는 도전은 다음과 같다. 만약 관찰이 이론에 의존하고 이론이 패러다임에 매여 있다면, "안정성"은 패러다임 내적 안정성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한 패러다임 내부에서 잘 작동하던 명제가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무의미해진다면, 그 명제는 어떤 의미에서 진리였는가. 이 도전은 과학적 진리 개념 자체에 가해진다.

쿤 자신은 이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기 쿤은 통약불가능성을 국소적 통약불가능성(local incommensurability)으로 약화하며, 패러다임 전환에도 불구하고 보존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핵심 도전은 남는다. 안정성이 진리의 표지라면, 그 안정성은 어떤 단위에서 성립하는가. 개별 명제 단위인가, 이론 단위인가, 패러다임 단위인가. 이 단위 문제는 과학적 진리의 추상적 정의가 통과해야 할 첫 시험이다.

이론적재성을 가장 급진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파울 파이어아벤트(Paul Feyerabend)의 『Against Method』(1975)다. 그는 과학에 단일한 방법론적 규칙이 없으며, 과학의 역사적 진보가 종종 기존 규칙의 위반을 통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갈릴레오의 망원경 관찰은 당시의 인식론적 기준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웠으며, 이후의 정당화는 사후적 재구성이었다는 것이다. 파이어아벤트의 입장은 극단적이지만, 그가 가하는 압력은 진지하게 받을 만하다. 과학적 진리의 형성 절차가 시간을 두고 변화한다면, "안정성"은 절차 자체의 안정성을 전제할 수 없다.

검증 경로의 사회성

핸슨–쿤–파이어아벤트의 도전이 인식론적이라면, 과학지식사회학(Sociology of Scientific Knowledge, SSK)의 도전은 사회학적이다. 데이비드 블루어(David Bloor)의 『Knowledge and Social Imagery』(1976)는 스트롱 프로그램(Strong Programme)의 네 원칙을 제시한다. 인과성(causality), 공평성(impartiality), 대칭성(symmetry), 반사성(reflexivity)이다. 이 중 대칭성 원칙은 가장 도발적이다. 참된 믿음과 거짓된 믿음을 같은 종류의 원인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명제가 받아들여진 이유가 그것이 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비대칭적이며, 따라서 사회학적으로 부적절하다.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와 스티브 울가(Steve Woolgar)의 『Laboratory Life』(1979)는 실험실 내부에서 사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류학적으로 추적한다. 이들의 분석에서 사실(fact)은 인공물(artifact)과 동일한 협상의 산물이며, 단지 협상이 종결된 후에는 사실이 자연 상태에서 발견된 것처럼 보이게 된다. 라투르는 이를 블랙박스화(blackboxing)라고 부른다. 한 번 닫힌 블랙박스의 내부 구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며, 그 안에 들어 있던 협상의 흔적도 지워진다.

해리 콜린스(Harry Collins)의 『Changing Order』(1985)는 실험자의 회귀(experimenters' regress)를 정식화한다. 어떤 결과가 참인지 판정하기 위해서는 좋은 실험이 필요하고, 좋은 실험인지 판정하기 위해서는 결과의 참 여부가 필요하다는 순환이다. 콜린스의 주된 분석 대상은 조지프 웨버의 1969년 중력파 검출 주장이었다. 웨버는 자신의 공명형 검출기로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종류의 검출기로 재현에 실패했다. 누가 옳은지 판정하려면 "올바른 검출기"의 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 자체는 검출 결과에 의해서만 설정될 수 있었다. 콜린스는 이 순환이 사회적 협상에 의해서만 깨질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 도전이 과학적 진리 개념에 가하는 압력은 다음과 같다. 만약 검토 경로가 사회적 협상의 산물이라면, 절차의 두께는 객관적 검증의 두께가 아니라 합의의 두께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발견과 구성의 구분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이 도전에 대한 부분적 응답은 가능하다. 첫째, 콜린스의 사례 분석 자체가 사회적 협상이 임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웨버의 검출기는 결국 폐기되었고,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는 2015년 9월 중력파를 검출했다. LIGO의 결과가 받아들여진 데에는 분명히 사회적 요소가 있지만, 그 사회적 협상은 아무 결과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검출 신호가 두 개의 독립된 검출기(Hanford와 Livingston)에서 7밀리초 이내의 시간 일관성을 가지고 나타났다는 사실, 일반상대성이론의 이론적 예측 파형과 정합적이었다는 사실, 동일한 형태의 신호가 이후 여러 차례 반복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협상의 외부에서 작동하는 제약이다. 둘째, 스트롱 프로그램의 대칭성 원칙은 자기 자신에게 적용될 때 자기 무화의 위험에 노출된다. SSK 자체의 주장은 어떤 종류의 원인으로 설명되어야 하는가. 라투르가 후기에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을 다듬으며 일부 입장을 수정한 것은 이 자기 적용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 응답이 SSK의 도전을 완전히 무력화하지는 않는다. 검증 경로의 일부는 사회적 협상에 의존한다. 학술지의 게재 결정, 동료 평가의 기준, 인용의 흐름, 자금 지원의 방향은 모두 사회적 절차다. 발견과 구성의 분리 가능성은 이 사회적 절차가 자연의 반응에 의해 어느 정도 제약되는가에 달려 있다. 그 제약의 강도는 분야와 사례에 따라 다르다.

비관적 귀납과 구조적 실재론의 한정된 응답

반실재론 진영의 정교한 입장 중 하나는 바스 반 프라센(Bas van Fraassen)의 구성적 경험론(constructive empiricism)이다. 『The Scientific Image』(1980)에서 그는 과학의 목표를 경험적 적합성(empirical adequacy)으로 한정한다. 이론이 관찰 가능한 현상을 잘 설명하고 예측한다는 사실이 그 이론의 관찰 너머 부분에 진리 지위를 부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 프라센의 논변에 역사적 근거를 더하는 것이 비관적 귀납이다.

래리 라우든(Larry Laudan)의 1981년 논문 "A Confutation of Convergent Realism"은 과학적 실재론에 가하는 가장 무거운 역사적 반론을 정식화한다. 비관적 메타-귀납(pessimistic meta-induction)으로 알려진 이 논증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과거에 성공한 과학 이론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늘 거짓으로 판명되었거나 그 핵심 대상이 폐기되었다. 천구의 결정구(crystalline spheres), 칼로릭(열을 유체로 본 이론), 플로지스톤, 발광 에테르, 자기 유체(magnetic effluvium), 연소의 황 이론. 라우든은 12개 이상의 폐기된 이론 목록을 제시하며, 만약 과거의 성공이 진리의 증거가 아니었다면 현재의 성공도 그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 도전은 "안정성=진리 지위"라는 등식과 정면 충돌한다. 17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칼로릭 이론은 안정적이었다. 19세기 후반까지 발광 에테르는 안정적이었다. 안정성이 시간 한정적이라면, 그것이 무엇의 표지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존 워럴(John Worrall)의 1989년 논문 "Structural Realism: The Best of Both Worlds?"는 이 도전에 대한 매개적 응답을 제시한다. 이론 변화 속에서 폐기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존재론적 주장이지 수학적 관계 구조 자체는 보존된다는 것이다. 오귀스탱 프레넬(Augustin-Jean Fresnel)의 빛에 관한 방정식은 에테르가 폐기된 후에도 맥스웰 전자기학의 한계 사례로 살아남았다. 따라서 이론이 포착하는 것은 세계의 궁극적 존재자가 아니라 현상들 사이의 안정된 구조라는 것이다.

이 응답은 구조적 실재론(structural realism)으로 발전했지만, 내부에서 분기한다. 인식론적 구조실재론(epistemic structural realism)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구조뿐이라고 주장하며, 구조 너머의 존재자에 대한 무지를 인정한다. 존재론적 구조실재론(ontic structural realism)은 더 강한 입장이다. 제임스 래디먼(James Ladyman)과 스티븐 프렌치(Steven French)가 발전시킨 이 입장은 세계가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상은 구조의 마디에 불과하다고 본다. 두 입장은 형이상학적으로 다르며, 각각 다른 부담을 진다. 인식론적 구조실재론은 알 수 없는 영역을 가정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갖는다. 존재론적 구조실재론은 "관계자 없는 관계"라는 문제, 즉 무엇과 무엇 사이의 관계인지 말하지 않고 관계만을 실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형이상학적 부담을 진다.

또한 구조적 실재론은 자기 자신에 대해 비관적 귀납이 적용될 가능성을 면제받지 못한다. 19세기에 안정되어 보였던 수학적 구조들 가운데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본질적으로 수정된 것이 있다. 뉴턴 역학의 절대 시공간 구조는 보존되지 않았다. 카하론 카츠(Stathis Psillos) 등이 지적한 바와 같이, 어떤 구조가 보존된 구조이고 어떤 것이 폐기된 구조인지를 회고적으로만 식별할 수 있다면, 구조적 실재론은 비관적 귀납에 대한 완전한 응답이 되지 못한다.

이 한정성을 받아들이는 위치는 다음과 같다. 비관적 귀납은 강력한 도전이며, 구조적 실재론은 그것을 부분적으로 무력화하지만 완전히 해소하지는 않는다. 안정성은 진리의 표지이지만 보장은 아니다. 안정성의 강도는 영역에 따라 다르며, 어떤 영역에서는 더 깊은 변화가 여전히 가능하다. 과학적 진리는 영원한 명제가 아니라 시간 한정적 안정성의 다른 이름이며, 그 안정성의 한계는 명제의 형식 자체에 새겨진다.

수정 가능성의 양면

이마레 라카토스(Imre Lakatos)의 『The Methodology of Scientific Research Programmes』(1978)는 수정 가능성의 양면을 분석한다. 라카토스는 연구 프로그램(research programme)을 견고한 핵(hard core)과 보호대(protective belt)로 구분한다. 견고한 핵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이루는 명제들이며, 보호대는 그 핵을 변칙 사례로부터 보호하는 보조 가설들이다. 변칙이 발견되면 보호대가 수정되며, 이 수정 자체는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과학 활동이다.

그러나 모든 수정이 동등하지 않다. 라카토스는 진보적(progressive) 연구 프로그램과 퇴행적(degenerative) 연구 프로그램을 구분한다. 진보적 프로그램은 변칙에 응답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예측하고, 그 예측 가운데 일부가 확증된다. 퇴행적 프로그램은 변칙을 처리하기 위해 보조 가설을 추가하지만, 이 추가는 새로운 예측을 낳지 못하고 단지 이론을 살아남게 할 뿐이다. 후자의 수정을 임시방편(ad hoc)이라고 부른다.

이 구분이 과학적 진리 개념에 가하는 압력은 다음과 같다. 수정 가능성은 그 자체로 미덕이 아니다. 수정이 임시방편으로 흐르면 명제는 세계와의 접촉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기 보존 장치가 된다. 진리의 강도는 수정의 빈도가 아니라 수정의 방향에 달려 있다.

진보와 퇴행의 구분 자체는 회고적으로만 명확하다. 동시대에는 어떤 보조 가설이 진보적인지 퇴행적인지를 단정하기 어렵다. 천왕성 궤도의 변칙에 대해 위르뱅 르베리에(Urbain Le Verrier)가 또 다른 행성의 존재를 가정한 것은 진보적이었다. 1846년 해왕성이 그가 예측한 위치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같은 르베리에가 수성 근일점 변칙에 대해 가설한 행성 불칸(Vulcan)은 퇴행적이었다. 불칸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으며, 수성 근일점 변칙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두 가설은 동일한 형식 구조(미관측 행성의 가정)를 가졌지만, 한쪽은 발견으로 다른 쪽은 폐기로 끝났다. 이 차이는 사후에만 분명해졌다.

따라서 수정 가능성은 양날이다. 한 시점의 수정이 진리에 가까워지는 수정인지를 그 시점에서 판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과학적 진리의 추상적 정의보다 그 형성 과정의 시간적 구조를 강조하게 만든다. 진리는 한 명제의 속성이 아니라 명제가 시간을 두고 통과해온 시험들의 누적된 결과로 평가된다.

재현성 위기와 절차의 부패

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의 2005년 PLoS Medicine 논문 "Why Most Published Research Findings Are False"는 의학 연구의 통계적 관행이 거짓 양성을 체계적으로 산출한다고 분석한다.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p-해킹(p-hacking), 효과 크기에 비해 과대한 표본 외삽, 다중 비교 보정의 부재가 결합되면 통계적 유의성을 통과한 결과의 다수가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 2015년 Open Science Collaboration이 수행한 심리학 분야 100개 연구의 재현 시도에서, 원본 연구의 약 36%만이 통계적 유의성을 재현했고 평균 효과 크기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사실이 과학적 진리 개념에 가하는 압력은 깊다. 검토 경로가 작동한다는 명제는 절차가 오류를 걸러낸다는 가정을 전제한다. 그러나 절차 자체가 부패할 수 있다. p<0.05라는 임계값은 로널드 피셔(Ronald Fisher)가 1925년 『Statistical Methods for Research Workers』에서 편의상 제안한 값이며, 그 자체로 자연의 신호와 잡음의 경계를 표시하지 않는다. 표본을 늘리거나 변수를 변경하거나 분석 시점을 조정해 이 임계값을 통과하는 결과를 얻는 관행이 존재한다면, 통계적 유의성은 자연의 신호가 아니라 절차의 부산물이 된다.

재현성 위기에 대한 응답은 절차 자체의 메타 검증으로 진행되었다. 사전 등록(pre-registration), 다중 연구실 협업, 데이터와 분석 코드의 공개, 효과 크기 강조, 베이지안 분석의 보완. 이런 변화는 절차가 자기 수정 가능하다는 증거이지만, 동시에 그 자기 수정이 새로운 종류의 절차를 요구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검토 경로는 단일 층위가 아니라 메타 검토를 포함하는 다층 구조다.

이 점은 핵심 명제에 다음과 같이 반영된다. 절차의 두께는 정적인 두께가 아니라 자기 수정 능력을 포함한 동적 두께다. 한 시점의 절차가 부패해 있을 수 있고, 그 부패는 더 높은 차원의 절차에 의해서만 발견된다. 진리의 안정성은 이 메타 절차의 작동 가능성에 의존한다. 메타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 또는 메타 절차의 적용 자체가 사회적·제도적 저항을 받는 영역에서는 절차의 부패가 누적될 수 있다.

발견과 구성의 경계 — 영역별 비중

이상의 시험들을 통과한 후 남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발견은 어디서 끝나고 구성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두 층위는 분리되지 않지만 그 비중은 영역마다 다르다. 분리 가능한 비중을 따라 영역을 구분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첫째, 측정 가능성이 높고 재현성이 강하며 다중 독립 경로가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영역이다. 고전 역학의 거시 운동, 화학량론, 표준화된 임상 진단의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영역에서는 자연의 제약이 강하게 작동한다. 다른 모델로도 같은 값이 산출되고, 다른 장치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되는 강건성(robustness)은 발견의 표지가 된다. 이 영역에서 과학적 진리는 강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둘째, 측정이 단일 장치에 강하게 의존하고 이론적 가정이 결과의 해석에 깊이 개입하는 영역이다. 고에너지 입자물리학의 일부 검출, 우주론의 초기 우주 추론, 신경과학의 일부 영상 연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영역에서는 측정 모델의 비중이 더 크고, 결과의 해석은 이론적 틀과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우세하다는 것이 자의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모델이 자연의 반응을 견딘다는 사실은 구성에 외부 제약을 가한다. 이 영역에서 과학적 진리는 모델 의존적 진리의 형태로 성립한다.

셋째, 검증 경로가 약하거나 직접 시험이 어려운 영역이다. 끈이론의 일부 시나리오, 다중우주 가설, 인류원리적 추론(anthropic reasoning)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영역에서는 자연의 제약과 측정 형식 모두 약하다. 페터 보이트(Peter Woit), 사빈 호젠펠더(Sabine Hossenfelder) 등의 비판은 이 영역의 일부 작업이 검증 가능성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이 비판이 옳은지는 별도의 논쟁이지만, 이런 영역의 존재 자체가 과학적 진리의 강도가 영역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역별 차이는 영역 안에서도 작동한다. 같은 입자물리학 안에서도 전자의 전하량은 발견 측면이 강한 명제이고, 끈이론의 콤팩트화 시나리오는 구성 측면이 강한 가설이다. 같은 의학 안에서도 인슐린의 혈당 조절 효과는 발견에 가깝고, 정신과 진단의 일부 범주는 구성의 비중이 크다. 이언 해킹(Ian Hacking)이 분석한 looping effect는 후자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어떤 진단 범주가 만들어지면 그 범주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자기 이해와 행동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다시 범주를 수정하게 만든다. 자연의 종(natural kind)과 인공적 종(human kind)의 경계는 명제 단위에서 그어지며, 분야 단위로 환원되지 않는다.

이 영역 구분은 과학적 진리에 대한 단일한 정의를 거부한다. 자연의 제약, 측정 모델, 검증 경로, 메타 검토, 자기 수정 가능성이라는 다섯 층위가 영역마다 다른 비율로 작동하며, 그 결합의 강도가 그 영역에서 진리 진술이 가질 수 있는 강도를 결정한다. 이 비율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단일한 종합은 발견과 구성의 분리 가능한 잔여를 보지 못한다.

결론

과학적 진리는 발견인가 구성인가라는 질문은 이분법으로 답할 수 없으며 단순한 종합으로도 답할 수 없다. 답은 다섯 층위의 결합 강도와 그 결합이 영역마다 다른 비율로 작동한다는 사실에 있다.

자연의 구조는 어떤 사상이 안정될 수 있는지를 제한한다. 측정 모델은 그 사상이 실제로 일어나는 형식을 제공한다. 관찰은 이론의 틀 안에서만 데이터가 되며, 그 틀은 패러다임에 매여 있다. 검증 경로는 객관적 절차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협상의 산물이다. 수정 가능성은 진보와 퇴행을 모두 허용하며, 두 방향의 구분은 시간을 두고만 명확해진다. 메타 검토는 절차 자체의 부패를 검증하지만, 메타 검토 자체도 부패의 가능성을 면제받지 못한다.

비관적 귀납은 과거의 모든 안정성이 시간 한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구조적 실재론은 이론 변화 속에서 보존되는 잔여를 가리키지만, 그 잔여 자체가 비관적 귀납을 면제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과학적 진리는 영원한 명제가 아니라 자기 수정 가능성을 내장한 시간 한정적 안정성이며, 그 안정성의 강도는 영역에 따라 다르다.

이 답은 발견과 구성의 종합이 아니라 분리다. 두 층위는 동시에 작동하지만 동일하지 않으며, 어떤 영역에서는 한쪽이 우세하고 어떤 영역에서는 다른 쪽이 우세하다. 과학의 작업은 이 비율을 명제별로 결정하는 데 있으며, 그 결정 자체가 끊임없이 시험된다. 진리는 한 시점의 명제가 가진 속성이 아니라 그 명제가 통과해온 시험들의 누적된 결과로 평가되며, 시험은 종결되지 않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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