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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발명이다: 독서가 인간의 뇌를 재조직하는 방식

독서는 인간의 뇌가 진화적으로 갖추지 않은 능력을 문화적 훈련을 통해 배선하는 사건이며, 이 배선이 만들어낸 깊은 읽기 능력은 디지털 환경이 요구하는 읽기 방식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읽기는 인간에게 자연스럽지 않다

인간은 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말하기는 진화의 산물이다. 브로카 영역(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은 구어 언어 처리에 특화된 신경 구조로, 어린이는 명시적 교육 없이도 말을 배운다. 이 구조들은 수십만 년의 진화를 통해 형성되었다. 읽기는 이와 다르다. 읽기를 위한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자는 약 5,000~6,000년 전에 발명되었고, 진화의 시간 척도에서 이 기간은 자연선택이 뇌를 재설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읽는가. 인지신경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엔(Stanislas Dehaene)은 "신경 재활용(neuronal recycling)" 가설로 이 역설을 설명한다. 문화적으로 새롭게 발명된 기술—읽기, 수 계산—은 진화적으로 다른 기능을 위해 형성된 뇌 영역들을 재조합해 새로운 기능 회로를 구성한다. 읽기는 시각 사물 인식에 관여하던 회로, 언어 처리 회로, 음운 처리 회로가 결합해 형성된다. 독서 회로는 진화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것이 읽기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독서 회로의 형성: 뇌의 물리적 재편

독서 학습이 뇌의 물리적 구조를 변경한다는 사실은 뇌 영상 연구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드엔과 로랑 코엔(Laurent Cohen)의 연구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성인의 뇌에서 좌반구 시각 단어 형태 영역(Visual Word Form Area, VWFA)이 문자 인식에 특화되어 활성화됨을 보여주었다. 이 영역은 알파벳 문자를 쓰는 사람과 표의 문자를 쓰는 사람 모두에게서 유사한 위치에 형성되지만, 문자 체계에 따라 신경 경로의 구성 방식은 달라진다. 이는 읽기가 뇌를 일률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는 문자 체계의 구조에 맞게 회로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 교육은 기호 해독과 함께 이루어지는 인지 훈련이다. 독서 회로의 형성은 문자 처리와 함께 추론, 배경 지식 통합, 감정 처리 회로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자를 해독하는 회로와 의미를 구성하는 회로는 독서 훈련을 통해 함께 발달한다. 읽기 능력은 기술(skill)이자 인지 훈련(cognitive training)이다.


깊은 독서가 열어온 것: 공감, 추론, 성찰

깊은 독서(deep reading)는 추론, 유추, 관점 이동, 비판적 분석, 자기 성찰을 포함하는 인지 과정이다. 이 능력들은 해독 회로가 자동화된 이후에 그 위에서 발현한다. 인지신경과학자 마리안 울프(Maryanne Wolf)는 이 과정이 독서 교육이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주장한다—해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해독이 자동화될 때 비로소 뇌에 열리는 추론과 성찰의 공간이 독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소설 독서와 공감 능력 사이의 관계는 이 점을 실증하려는 연구들의 주요 대상이었다. 그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데이비드 코마르 키드(David Comer Kidd)와 에마누엘레 카스타노(Emanuele Castano)의 2013년 연구로, 문학 소설 독서가 타인의 정신 상태를 추론하는 능력—마음 이론(Theory of Mind)—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다만 이 연구는 이후 복수의 재현 시도에서 결과가 혼재되어 나타났으며, 효과의 크기와 재현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소설 독서와 공감 능력의 관계 자체는 유효한 연구 주제이지만, 단기 실험적 효과보다는 장기적 독서 습관과의 관계로 연구 방향이 이동하는 추세다.

추상적 사고와의 관계는 더 넓은 역사적 맥락에서 논의할 수 있다. 사회인류학자 잭 구디(Jack Goody)는 『쓰기의 논리와 사회의 조직』(The Logic of Writing and the Organization of Society, 1986)에서 문자의 발달이 목록(list), 분류표(table), 형식 논리(formal logic)의 가능성을 창출했다고 주장한다. 구어 문화에서는 형성되기 어려운 인지 양식—선형적 논증, 비교표, 복잡한 분류 체계—이 문자 문화와 함께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독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일 뿐 아니라 사고의 도구 자체를 확장했다.


디지털 훑어 읽기와 뇌의 두 번째 재편

읽기 회로가 훈련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논리적 귀결을 낳는다. 다른 형태의 읽기는 다른 회로를 만든다. 디지털 환경에서 지배적인 읽기 패턴—F자형 훑어 읽기, 링크를 따라 비선형적으로 이동하는 방식, 짧은 텍스트의 빠른 소비—은 깊은 독서 회로와 다른 신경 경로를 활성화한다.

울프는 『독자여, 집으로 오라』(Reader, Come Home, 2018)에서 디지털 읽기 회로의 형성이 깊은 독서 회로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깊은 독서는 신경 자원의 지속적 집중을 요구한다—긴 텍스트를 따라 논증을 구성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행간의 의미를 추론하는 과정은 처리 시간을 필요로 한다. 훑어 읽기 습관이 고착될 때, 이 처리 시간을 견디는 능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울프 자신도 독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서 깊이 읽는 능력에 변화를 경험했다고 기술한다.

이 우려를 지지하는 경험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OECD의 PISA 독서 능력 분석은 디지털 환경이 지배적인 독서 조건에서 긴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능력과 관련된 변화 양상을 보고한다. 다만 이 분야의 인과관계 연구는 진행 중이며, 디지털 읽기와 깊은 독서 능력 사이의 관계를 단선적으로 결정하기는 이르다.


긴장의 핵심: 무엇이 실제로 위협받는가

깊은 독서 능력의 약화가 실제로 위협하는 것은 인지 능력의 특정 층위다. 이 긴장을 "책 대 스마트폰"이라는 세대론적 대립으로 압축하면 이 층위를 놓친다.

깊은 독서 능력이 훈련하는 것들—타인의 내면 구성, 긴 논증 추적, 불확실성 감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은 민주적 숙의, 과학적 추론, 도덕적 판단처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복잡한 인지 과제와 겹친다. 이 능력들이 읽기 훈련을 통해 형성된다면, 읽기 방식의 변화는 인지 조건의 변화다.

디지털 환경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확장했고, 새로운 형태의 리터러시—이미지 해독, 데이터 이해, 알고리즘 구조 파악—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확장이 깊은 독서 능력의 약화를 동반할 때, 정보 접근의 이득은 인지 능력의 비용을 상쇄하지 않는다. 두 읽기 방식을 단순히 병렬로 놓는 것은 뇌가 수행 패턴에 따라 배선을 최적화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어떤 읽기를 습관적으로 수행하는가의 문제는 어떤 뇌를 형성하는가의 문제다.


종합: 재조직의 방향은 설계 가능한가

낙관론의 근거는 뇌 가소성의 양방향성에 있다. 깊은 독서 능력을 덜 사용하게 된 성인도 훈련을 통해 이 회로를 재활성화할 수 있다. 울프는 이것을 "양용 독서 뇌(biliterate brain)" 개념으로 제안한다—디지털 환경에서의 빠른 정보 처리와 깊은 독서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이것이 독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라는 것이다. 읽기를 처음 배울 때 깊은 독서 회로를 충분히 형성한 이후에야 디지털 읽기를 도입하는 교육 설계가 그 구체적 방향이다.

비관론의 근거는 가소성의 방향을 결정하는 조건에 있다. 신경 가소성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 학교 교육이 짧은 텍스트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출판 생태계가 짧은 형식의 콘텐츠를 우선하며, 기술 설계가 주의력을 지속적으로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개인의 선택 가능성은 구조적 조건에 의해 좁혀진다. 깊은 독서 능력의 유지는 개인의 훈련 이전에 교육 설계, 출판 환경, 기술 설계의 문제다.

뇌의 재조직 방향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실질적인 선택이 되려면 깊은 독서를 지지하는 환경적 조건이 함께 요구된다. 독서는 문화적 발명이다. 문자를 발명한 문화는 독서하는 뇌를 만들었으며, 그 뇌가 가능하게 한 능력들은 인류가 쌓아온 인식적 성취의 기반이다. 디지털 환경은 이 기반을 자동으로 유지하지 않는다. 재조직의 방향을 의식하고 깊은 독서 능력을 지탱하는 조건을 설계하는 것이 지금 요청되는 과제다.


참고자료

Dehaene, Stanislas. Reading in the Brain: The New Science of How We Read. Viking, 2009.

Dehaene, Stanislas, and Laurent Cohen. "The Unique Role of the Visual Word Form Area in Reading."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5, no. 6 (2011): 254–262.

Dehaene-Lambertz, Ghislaine, Karla Monzalvo, and Stanislas Dehaene. "The Emergence of the Visual Word Form: Longitudinal Evolution of Category-Specific Ventral Visual Areas during Reading Acquisition." PLOS Biology 16, no. 3 (2018): e2004103.

Goody, Jack. The Logic of Writing and the Organization of Societ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6.

Kidd, David Comer, and Emanuele Castano. "Reading Literary Fiction Improves Theory of Mind." Science 342, no. 6156 (2013): 377–380.

Panero, Maria Eugenia, et al. "Does Reading a Single Passage of Literary Fiction Really Improve Theory of Mind? An Attempt at Replic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1, no. 5 (2016): e46–e54.

Wolf, Maryanne. Proust and the Squid: The Story and Science of the Reading Brain. Harper, 2007.

Wolf, Maryanne. Reader, Come Home: The Reading Brain in a Digital World. Harper, 2018.

OECD. PISA 2018 Results (Volume I): What Students Know and Can Do. OECD Publishing,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