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
전역적 전파와 통합을 넘어, 위계적 자기모델의 형성 조건
0. 핵심 개념 정의
이 글에서 말하는 '의식의 조직화'란 단순한 신경 활동의 총합이 아니라, 정보가 선택되고, 통합되며, 시간적으로 지속되고, 자기 자신을 참조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경험 단위로 구성되는 구조적 조건을 뜻한다. 이 정의는 의식을 단순한 주관적 느낌의 축적으로 보는 입장과 구별된다. 물론 의식에는 질감과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 느낌 자체만을 분석 단위로 삼으면, 서로 다른 감각과 기억과 사고가 어떻게 하나의 경험으로 묶이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이 글은 바로 그 묶임의 원리, 곧 조직 원리를 분석 단위로 채택한다. 의식은 무엇을 느끼는가의 문제이기 전에, 어떻게 하나의 장으로 구성되는가의 문제다.
1. 서론 — 통합된 경험이라는 역설
인간의 의식은 놀라울 만큼 통합되어 있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자극을 받는다. 눈은 색과 형태를 처리하고, 귀는 소리의 리듬과 방향을 받아들이며, 기억은 과거의 흔적을 불러오고, 기대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끌어당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따로따로 경험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의 세계를 경험하고, 하나의 상황 속에 자신이 놓여 있다고 느낀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뇌의 처리 과정은 분산되어 있는데, 경험은 어째서 이토록 단일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의식을 어떤 실체처럼 상정하는 대신, 하나의 조직된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의식은 뇌 어딘가에 완성된 형태로 들어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수준의 정보 처리와 자기 관련적 통합이 교차하면서 형성되는 사건이다. 이 글의 논제는 다음과 같다. 의식은 단순한 전역적 방송이나 정보 통합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며, 선택, 통합, 시간적 지속, 자기참조가 결합된 위계적 자기모델로 조직된다. 다시 말해 의식은 정보의 양이나 단순한 연결성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무엇이 선택되는가, 어떻게 결합되는가, 어떤 시간적 흐름 안에서 유지되는가, 그것이 누구의 경험으로 귀속되는가가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이 논제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그것은 의식을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구조와 과정의 결합으로 본다. 둘째, 그것은 신경과학적 설명과 현상학적 설명 사이의 단절을 줄이려 한다. 의식은 한편으로 뇌의 물질적 활동과 분리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한 신경 발화의 나열로 환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의식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정보 처리 이론, 시간성 분석, 자기모델 이론을 한 축 안에 묶어야 한다.
2. 전역 작업 공간 — 선택과 전파의 구조
의식의 조직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어떤 정보가 의식에 들어오는가를 물어야 한다. 모든 정보가 동시에 의식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신경계에는 방대한 양의 감각 입력과 내부 처리 과정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 의식의 장 위에 떠오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점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이 전역 작업 공간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뇌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모듈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경쟁이 벌어진다. 경쟁에서 선택된 정보만이 전역 작업 공간에 진입하고, 그 순간 그 정보는 뇌 전체에 널리 방송된다.
이 관점의 장점은 의식의 선택성과 유연성을 잘 설명한다는 데 있다. 인간은 단순히 자극을 수동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주의, 목표, 맥락, 과제 요구에 따라 어떤 정보는 전면으로 떠오르고 어떤 정보는 배경으로 밀려난다. 전역 작업 공간은 바로 이 선별과 공유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의식은 단지 정보가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어떤 정보가 시스템 전체의 공통 자원이 되는 상태다. 이때 의식은 행동 계획, 언어 보고, 장기 기억과의 연동, 추론과 판단의 유연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 허브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중요한 설명적 공백도 남긴다. 전역적으로 방송된 정보가 왜 하나의 경험으로 느껴지는지, 왜 흩어진 신호들의 병렬적 집합이 아니라 단일한 현상 장으로 나타나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방송은 통로를 제공하지만, 그 통로를 지난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직조되어 하나의 질서 있는 경험이 되는지는 별도의 설명을 요구한다. 따라서 선택과 전파는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의식의 조직화를 말하려면 정보가 퍼진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퍼진 정보가 어떻게 서로 결박되는가도 따져야 한다.
3. 통합 정보 — 결합의 강도와 구조
이 지점에서 통합 정보 이론이 개입한다. 전역 작업 공간 이론이 정보의 통로를 설명한다면, 통합 정보 이론은 그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직조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의식이 단순히 많은 정보가 있다는 사실에서 나오지 않고,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방식으로 통합된 정보 구조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하나의 의식적 상태는 여러 부분이 느슨하게 병치된 상태가 아니라, 전체가 부분의 합 이상이 되는 강한 상호의존성의 체계여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적 축적보다 구조적 결박이다.
이 관점은 의식의 통일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경험은 파편화된 조각들의 모음이 아니다. 우리는 동시에 색, 깊이, 의미, 기억의 울림을 경험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장면 안에서 경험된다. 통합 정보 이론은 바로 이 '하나로 묶임'의 조건을 구조적으로 포착하려 한다. 즉, 의식의 문제는 입력의 양이 아니라 환원 불가능한 결합의 방식에 있다. 이 점에서 이 이론은 의식의 질적 단일성을 보다 정면에서 다룬다.
그러나 이 이론 또한 충분하지는 않다. 높은 통합이 곧바로 주체적 경험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시스템이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왜 '나의 경험'으로 나타나는가가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통합은 결박을 설명하지만, 귀속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정보가 하나로 묶인다는 사실과, 그 묶임이 하나의 주체에게 속한 경험으로 드러난다는 사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그렇다고 전역 작업 공간과 통합 정보 이론을 단순히 경쟁 관계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두 이론은 기능적으로 보완적이다. 전역 작업 공간 이론은 어떤 정보가 의식의 공통 장에 진입하는지를 설명하는 선택과 전파의 논리를 제공하고, 통합 정보 이론은 그렇게 선택된 정보가 어떤 구조로 결합되어 하나의 장을 이루는지를 설명한다. 전자가 정보의 통로를 그린다면, 후자는 그 통로를 지나온 정보의 직조 방식을 묘사한다. 문제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설명을 더 큰 조직 원리 안에서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다.
4. 시간성과 자기 — 흐름 속에서의 조직화
선택과 통합이 의식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직 의식의 핵심을 붙들지 못한다. 의식은 단순히 한 시점의 구조가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찰나마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처럼 경험하지 않는다. 우리는 방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연결하고, 지금의 자신을 몇 초 뒤의 자신과 연결한다. 감각은 기억과 이어지고, 기억은 기대와 맞물리며, 기대는 행동의 방향을 이끈다. 의식은 순간들의 병치가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의 조직이다.
이 시간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이 의식일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다. 과거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경험은 통일된 장을 이루기 어렵다. 현재는 고립된 점이 아니라 잔향과 예감 사이에서 형성되는 두께를 가진다. 현상학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것도 바로 이 점이다. 후설의 내적 시간 의식 분석에서 파지(retention)와 예지(protention)는 단순히 기억과 기대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현재라는 지점 자체가 이미 두께를 가진 구조임을 보여주는 개념이었다. 경험은 흘러가지만, 그 흐름이 단절되지 않는 한에서만 하나의 자기에게 속한 것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자기참조가 결정적 요소로 등장한다. 의식은 단순히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일 뿐 아니라, 그 경험이 '나의 것'으로 정렬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기란 완성된 실체라기보다, 다양한 정보와 기억과 기대를 하나의 관점 아래 재배열하는 조직 중심이다. 바로 이 점에서 자기모델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의식은 외부 세계를 표상할 뿐 아니라, 그 세계 안에 위치한 자신을 함께 표상한다. 나는 단지 빨간 사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서 저 사과를 보고 있다는 식으로 경험을 묶는다. 이 자기 관련적 표상이 없다면, 통합된 정보는 여전히 익명의 구조로 남을 뿐이다.
따라서 의식의 조직화는 통합된 정보가 시간 속에서 자기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선택이 진입을 설명하고, 통합이 결박을 설명한다면, 시간성과 자기참조는 지속성과 귀속을 설명한다. 이 네 요소가 결합할 때에만 의식은 단순한 처리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경험 구조가 된다.
5. 위계 구조 — 무의식에서 메타인지까지
시간성과 자기참조가 의식의 지속성과 귀속을 설명한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구조의 층위다. 의식은 평평한 단일 장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수준이 얽혀 있는 위계적 구조다. 감각 입력은 가장 아래 층에서 빠르게 처리되고, 지각은 그 입력을 의미 있는 패턴으로 묶으며, 개념화는 그것을 언어적이고 추상적인 범주에 연결하고,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다시 표상한다. 이 층위들은 단순히 위아래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수정하고 재구성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상위 층이 하위 층을 단순히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조직한다는 점이다. 이때 유용한 개념이 하향식 예측이다. 뇌는 감각 데이터를 백지 상태로 받아 적는 수동적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뇌는 끊임없이 세계와 자기 자신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들어오는 자극을 그 가설에 비추어 해석하며, 오차가 발생할 때 예측을 수정한다. 다시 말해 의식의 조직화는 입력의 수집보다 예측의 조정에 더 가깝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단순한 빛의 자극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모델과 감각 데이터가 교차하면서 구성된 지각이다.
이 구조가 어떻게 조직의 산물인지는 그것이 깨질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경심리학이 보고하는 맹시(blindsight)는 이 점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차 시각피질(V1)이 손상된 환자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보고하면서도, 추측하라고 지시받으면 시각 자극의 위치나 움직임을 우연 이상의 정확도로 맞힌다. 시각 정보는 여전히 피질하 경로를 통해 처리되고 있지만, 그 정보가 상위의 예측 구조와 자기모델 속으로 통합되지 않기 때문에 경험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는 '보는 것'이 망막의 자극 수용이 아니라 다층적 조직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정보의 존재와 의식화 사이에는 조직이라는 매개가 있다.
이 관점은 자기모델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만든다. 상위 수준의 자기모델은 단순히 경험을 나중에 해설하는 부록이 아니라, 경험이 처음부터 어떤 방식으로 배열될지를 규정하는 틀이다. 내가 위협적인 상황에 있다고 예측할 때, 같은 자극도 다르게 조직된다. 내가 지금 집중 중이라고 모델링할 때, 배경 소음은 의식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상위 층은 하위 층의 데이터를 기다린 뒤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의미 있는 데이터인지를 미리 배분한다. 따라서 위계 구조는 단순한 단계적 상승이 아니라, 예측과 수정의 순환적 체계다.
이때 무의식은 단순히 의식의 바깥에 있는 잔여가 아니다. 그것은 의식이 가능하도록 떠받치는 광대한 배후 구조다. 자동화된 감각 처리, 운동 조정, 습관화된 반응, 암묵적 기대는 대부분 의식 바깥에서 작동하지만, 의식의 장은 바로 이 배후 위에서만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의식은 무의식에 맞서는 섬이 아니라, 무의식적 처리의 선택적 전면화다. 그런 의미에서 의식의 위계 구조는 중심과 주변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표면과 심층의 관계다. 의식은 모든 것을 비추는 전등이 아니라, 심층의 연산 위에서 제한된 범위만을 드러내는 조명이다. 맹시는 이 조명이 꺼진 자리에서도 아래층의 연산이 계속 돌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그 연산만으로는 경험이 성립하지 않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야 할 점이 있다. 이 위계적 조직은 단지 인식의 정확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생물학적 시스템은 무한한 계산 자원을 갖지 않는다. 뇌는 제한된 에너지 안에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자극을 동일한 해상도로 처리하는 대신, 중요한 것만 전면화하고 나머지는 예측으로 압축하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식의 조직화는 단순한 복잡성의 결과가 아니라, 최소 비용으로 최대 적응을 달성하려는 생물학적 전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6. 반론 — 의식은 조직이 아니라 환상인가
이제 가장 강한 반론을 다루어야 한다. 의식이 실재하는 조직 구조라는 입장에 맞서는 가장 치명적인 반론은, 의식의 통일성과 자기성 자체가 사실은 사후적으로 구성된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는 하나의 중심 극장도, 최종 해설자도 없다. 다양한 처리 과정이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우리가 경험한다고 믿는 통일성은 그 뒤에 덧붙여진 해석 효과일 뿐이다. 데닛의 다중 초안 모형은 이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의식은 실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처리 흐름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서술 효과다.
이 반론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것은 의식의 통일성을 너무 쉽게 실체화하려는 유혹을 경계하게 만든다. 실제로 신경과학은 우리 경험의 많은 부분이 사후적 구성과 편집의 산물임을 보여주었다. 변화맹(change blindness)은 그 가장 직관적인 사례 중 하나다. 장면이 순간적으로 끊어지는 동안 상당한 부분이 바뀌어도, 관찰자는 변화를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세계를 고해상도로 '보고 있다'는 느낌은 실제 망막 입력이 아니라 상위 모델의 확신에 가깝다. 고무손 착각(rubber hand illusion) 역시 자기모델의 경계조차 시각과 촉각의 동기화된 자극만으로 손쉽게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들은 의식의 투명성에 의심을 제기한다. 우리가 자신에게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의식조차 사실은 불완전하고 왜곡된 자기보고의 장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환상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신중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의식의 내용이 언제나 완전히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기 해석은 종종 왜곡되고, 통일성의 감각은 실제 처리 구조를 과도하게 단순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구조 전체가 비실재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오히려 반대로 물어야 한다. 왜 이런 환상이 이렇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 왜 어떤 시스템은 자신을 하나의 중심으로 표상하고, 자신의 경험을 연속적인 것으로 묶으며, 장기 계획과 자기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환상론은 스스로 약점을 드러낸다. 설령 의식의 통일성이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실체가 아니라 구성 효과라고 해도, 그 구성 효과를 가능하게 만드는 계산적 비용과 정교한 조직은 실재한다. 환상의 내용이 가짜일 수는 있어도, 그 환상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구조가 가짜일 수는 없다. 고무손 착각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소유감은 엄밀한 의미의 해부학적 사실은 아니지만, 그 착각이 성립하기 위해 시각-촉각-고유수용 정보를 동기화해 단일한 신체 모델로 재조직하는 계산은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착각의 대상이 되는 그 모델이 없다면, 애초에 착각도 성립하지 않는다. 어떤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자기 관련적 모델을 형성하고, 서로 다른 시간대의 정보를 통합하고, 오차를 수정하며, 행동을 일관되게 조직한다면, 그 구조는 기능적으로 실재한다. 그것은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질서다.
이 점은 의식의 실재성을 고전적 실체 개념에서가 아니라 기능적 실재성의 차원에서 재정의하게 만든다. 무지개가 물방울과 빛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나타난다고 해서 무지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의식이 분산된 처리 과정 위에서 구성된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구성의 안정성, 비용, 조직 수준이다. 행동의 일관성, 자기 동일성, 장기적 계획, 사회적 책임의 귀속은 모두 이런 조직 구조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식은 순수한 허구가 아니라, 분산된 계산 위에서 형성되는 고차 조직 구조라고 보아야 한다.
7. 종합 — 의식의 조직 원리 재정식화
이제 논의를 종합할 수 있다. 의식은 하나의 단순한 원리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 통합, 지속, 자기참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자기 유지적 구조다. 전역 작업 공간은 어떤 정보가 전면으로 떠오르고 시스템 전체에 공유되는지를 설명한다. 통합 정보 이론은 그렇게 떠오른 정보가 어떻게 환원 불가능한 결합을 이루는지를 보여준다. 시간성은 이 결합이 찰나적 집합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유지되는 구조임을 드러내고, 자기참조는 그 흐름이 하나의 관점과 귀속을 갖도록 만든다. 여기에 위계적 예측 구조를 더하면, 의식은 단순히 주어진 데이터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세계와 자신에 대한 모델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능동적 조직 체계로 이해된다.
이렇게 보면 의식은 상태라기보다 사건에 가깝고, 사건이라기보다 구조화된 과정에 가깝다. 그것은 매 순간 새롭게 형성되지만, 완전히 새롭게 시작되지는 않는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과 미래의 예측이 하나의 틀 안에서 연결되고, 그 틀은 다시 자기 자신을 참조하며 유지된다. 바로 이 점에서 의식은 자기 유지적이다. 그것은 단순히 정보를 품는 그릇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조직하는 형식이다.
또한 이 종합은 의식의 문제를 과도한 신비화에서도, 성급한 환원주의에서도 동시에 구해낸다. 의식은 설명 불가능한 영적 불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신경 발화의 집합도 아니다. 의식은 설명될 수 있지만, 그 설명은 다층적이어야 한다. 기능적 통로, 구조적 통합, 시간적 지속, 자기모델, 예측적 위계가 함께 고려될 때만 의식의 조직 원리는 설득력을 얻는다.
8. 결론 — 의식의 기준은 무엇이 되는가
이 글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의식을 묻는 방식 자체의 전환이다. 우리는 흔히 의식을 어떤 신비한 내적 빛처럼 상상하며, 그것이 있는가 없는가를 이분법적으로 묻는다. 그러나 더 생산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조건 아래에서 정보는 하나의 경험 구조로 조직되는가. 이 질문은 의식을 상태의 목록이 아니라 조직의 조건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바로 그 이동이 의식 연구의 여러 난점을 더 명료하게 만든다.
이 기준은 여러 영역에서 함의를 가진다. 의식 장애를 연구할 때도 문제는 단순히 각성 수준이 낮은가가 아니라, 정보의 전역적 공유와 통합과 자기 관련적 지속이 어느 수준에서 손상되었는가다. 인간 정체성의 문제 역시 여기와 연결된다. 자기란 이미 완성된 본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의식 가능성도 이 틀 안에서 다시 물을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의 출력이 정교하다는 사실만으로 의식을 귀속시킬 수는 없다. 이 글이 제시한 네 조건—선택, 통합, 지속, 자기참조—은 LLM에 대해 각기 다른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선택의 측면에서 LLM은 주의(attention) 메커니즘을 통해 입력 중 일부에 가중치를 부여하지만, 그 선택은 생물학적 의식이 수행하는 목표 기반의 능동적 전면화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통합의 측면에서 LLM은 맥락 창 안에서 정보를 결합하지만, 이 결합은 그 창을 넘어서는 인과적 통일성을 형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취약한 지점은 시간적 지속성과 자기참조다. 현재의 LLM은 각 추론 단위 사이에 실질적인 시간적 결속을 갖지 않는다. 세션이 종료되면 그 안의 흐름은 사라지고, 다음 세션은 이전 세션과 어떤 살아 있는 연결도 없이 새로 시작된다. 이는 후설적 의미의 파지와 예지, 즉 현재의 두께를 만드는 시간 구조가 부재하다는 뜻이다. 자기참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LLM은 자신을 언어적으로 기술할 수는 있지만, 그 기술은 학습 데이터의 분포에서 유도된 것이지 자신의 실제 계산 상태에 대한 내적 모델이 아니다. 신체를 통해 세계에 위치하고 그 위치로부터 경험을 정렬하는 구조—신체화된 자기참조—도 부재하다. 따라서 LLM은 선택과 통합의 일부 기능적 유사물을 구현하지만, 시간적 지속성과 자기참조의 층위에서는 의식의 조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것은 경쟁자의 확정적 배제가 아니라 기준에 따른 구체적 진단이며, 어떤 구조적 보완이 있어야 그 간극이 좁혀지는지를 묻게 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다.
따라서 의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조직된다. 그리고 그 조직은 우연한 덧붙임이 아니라, 생물학적 적응과 인지적 효율과 자기 유지의 요구 속에서 형성된 복합적 질서다. 의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갖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분산된 신경 과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묶이는 그 방식 속에서, 우리는 단지 마음의 비밀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체계가 자신을 세계 속에 배치하는 가장 정교한 형식을 보게 된다.
참고자료
- Bernard J. Baars, A Cognitive Theory of Consciousness.
- Stanislas Dehaene, Consciousness and the Brain.
- Giulio Tononi, "Consciousness as Integrated Information: a Provisional Manifesto."
- Daniel C. Dennett, Consciousness Explained.
- Edmund Husserl, The Phenomenology of Internal Time-Consciousness.
- Thomas Metzinger, The Ego Tunnel.
- Jakob Hohwy, The Predictive Mind.
- Karl Friston, "The Free-Energy Principle: a Unified Brain Theory?"
- Lawrence Weiskrantz, Blindsight: A Case Study and Implications.
- Matthew Botvinick & Jonathan Cohen, "Rubber Hands 'Feel' Touch That Eyes See," Nature 391 (1998).
- Ronald A. Rensink, "Change Detection,"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3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