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합된 언어의 무게: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은 표준이 될 수 있는가
2018년 부올람위니(Joy Buolamwini)와 게브루(Timnit Gebru)의 「Gender Shades」 연구는 상업용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가 피부색이 밝은 남성에 대해서는 성별 판단 오류율 1% 미만을 기록한 반면,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 21%, IBM 35%의 오류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한편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약 415TWh에 달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수치가 2030년까지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퍼드 AI Index 2026년판에 따르면, AI 시스템의 개발·배포·운영 과정에서 공정성·투명성·안전성·책임 소재 등의 원칙을 명문화한 책임 있는 AI 정책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기업의 비율은 2024년 24%에서 2025년 11%로 감소했다. 세 수치는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편향 감사 데이터는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주고, 에너지 통계는 지속가능성이 미해결 과제임을 드러내며, 정책 채택 증가는 공통 윤리 기준을 향한 정책적 수렴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이 기술 윤리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이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먼저 추적해야 한다.
환경 담론이 기술 영역에 착륙하기까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기술 연구의 언어로 진입하는 경로는 환경 운동의 주류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1987년 브룬틀란트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국제 정책 언어로 정착시킨 이후, 이 언어는 1990년대를 거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프레임과 결합했다. 2000년대에는 기후 협약과 탄소 시장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효율이 기업 경쟁력의 지표로 부상했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 전력사용효율(PUE, Power Usage Effectiveness) 같은 측정 지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AI 연구 공동체가 이 언어를 본격적으로 수용한 것은 2019년이다. 앨런 AI 연구소(Allen AI)의 슈워츠(Roy Schwartz) 등은 「Green AI」 논문에서 AI 연구가 계산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능 수치만을 경쟁하는 문화를 비판하고, 효율을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스트럽벨(Emma Strubell) 등의 연구는 대형 자연어처리 모델 하나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자동차 한 대의 전 생애 탄소 배출에 맞먹는다는 추산을 제시하며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환경 지속가능성 담론이 AI 영역에 이식된 이 시점에, 그 언어가 이미 내포하고 있던 긴장—효율 향상이 총 소비량 감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동 효과(rebound effect)—은 함께 이식되었다. 딥시크(DeepSeek) R1 모델이 기존 대비 40% 높은 연산 효율을 달성한 것과, 2025년 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70%가량 증가한 것은 동시에 관찰된 별개의 사실이다. 두 수치는 단일한 인과 사슬이 아니라, 효율 개선이 수요 억제로 곧장 전환되지 않는 반동 효과의 구조를 예시한다.
알고리즘 공정성 운동과의 결합
환경 담론과 별개의 궤도에서, AI 윤리 운동은 알고리즘이 인종·성별·계층에 따른 차별적 결과를 산출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6년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COMPAS 알고리즘 분석에 이어, 2018년 부올람위니와 게브루의 「Gender Shades」 연구가 보여준 안면인식 편향은 학계에서 '알고리즘 공정성(algorithmic fairness)'이라는 연구 영역을 형성하고, 기업에서는 AI 원칙 문서와 내부 윤리 심의 절차를 만들어냈다.
EU는 2018년 AI 고위전문가 그룹(AI-HLEG)을 구성하고 2019년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윤리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일곱 가지 원칙—인간 감독, 기술적 견고성, 개인정보 보호, 투명성, 공정성, 환경 및 사회적 복지, 책임—을 병렬로 열거했다. 환경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이 하나의 문서 안에서 동등한 원칙으로 배열된 이 순간이 두 담론의 제도적 결합 지점이다. 이후 2024년 발효된 EU AI Act는 위험 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으로 이를 법적 구속력 있는 체계로 전환했다. 알고리즘 공정성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해온 것처럼, 공정성 지표는 측정 방식에 따라 상호 충돌한다. 통계적 균형(statistical parity)은 집단 간 결과 분포의 동등성을, 반사실적 공정성(counterfactual fairness)은 민감 속성이 달랐을 때 예측이 바뀌는지 여부를, 개인 공정성(individual fairness)은 유사한 개인에게 유사한 결과를 보장할 것을 각각 요구한다. 이 세 기준은 동시에 최적화할 수 없으며, 어느 지표를 선택하느냐 자체가 가치판단이다. 윤리 원칙이 법 조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 측정의 긴장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이라는 언어가 구성되는 방식
2020년대에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레임이 투자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세 흐름—환경 지속가능성, AI 윤리, 기업 거버넌스—은 본격적으로 교차했다. 2024년 CSIRO Data61의 페레라(Harsha Perera) 등은 AI 거버넌스를 ESG 프레임 안에 통합하는 방법론을 제안했고, 대형 기술 기업들은 연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AI 에너지 소비 지표와 알고리즘 공정성 감사 결과를 함께 수록하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sustainable algorithm development)'이라는 표현은 이 교차의 산물로, 단일한 이론적 정의에서 도출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원과 논리를 가진 담론들이 수렴한 슬로건이다.
이 기업 공시 관행은 양면적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으로 이 관행은 규제 공백을 민간이 선점적으로 채우는 자기규율의 장치로 작동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같은 대형 AI 기업이 자체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와 공정성 지표를 공시함으로써, 향후 외부 규제가 참조할 수 있는 사실상의 기준점(de facto benchmark)이 형성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 관행은 기업이 자체 유리한 측정 창문을 먼저 선점해 외부 규제의 범위를 좁히는 전략적 기능도 수행한다. 구글의 추론 효율 개선 수치가 훈련 단계의 자원 소비와 총량 증가를 제외한 계산임을 앞서 확인한 것처럼, 공시의 범위 선택 자체가 이미 규범적 판단이다.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이라는 언어가 담고 있는 무게—서로 다른 기원의 담론들이 하나의 슬로건으로 수렴되면서 각자의 측정 논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붙어 있는 긴장—는 바로 이 공시 관행의 양면성 안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수렴 과정은 언어적 통합이지 개념적 정합은 아니다. 환경 지속가능성 담론의 중심 지표는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이고, 알고리즘 공정성 담론의 중심 지표는 통계적 동등성과 차별 최소화이며, ESG 거버넌스의 중심 지표는 공시 가능성과 투자자 신뢰다. 세 지표 체계는 같은 알고리즘 시스템을 평가할 때 서로 다른 결론을 낳을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경량 모델이 특정 집단에 대한 성능 저하를 동반하거나, 공정성 기준을 충족하는 모델이 더 많은 연산 자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그 예다. 구글이 2025년 발표한 기술 보고서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추론(inference) 단계의 프롬프트당 에너지 소비를 33배, 탄소 배출을 44배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는 추론 효율의 개선을 보여주며, 훈련(training) 단계의 자원 소비와 모델 확산에 따른 총량 증가는 별도의 계산을 요구한다. 각 담론이 선택하는 측정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AI'를 실현했다는 주장은 어느 측정 창문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표준이 성립하는 조건: 측정·검증·집행 가능성
표준(standard)은 개념의 내적 일관성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국제표준화기구(ISO)나 국가 규제 기관이 채택하고 감사 가능한 형태로 정착될 때,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때 실질적 귀결이 따를 때 비로소 표준으로 작동한다.
측정 지표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은 제도화되더라도 단일 표준으로 안정되기 어렵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환경 효율, 공정성, 거버넌스 투명성을 동시에 측정하는 지표 체계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각 지표를 극대화하면 다른 지표가 훼손되는 트레이드오프가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반론은 법, 의학, 금융의 복합적 표준들이 형성되어온 역사를 돌아볼 때 그 강도가 약화된다. 의료 윤리 기준은 자율성, 선행, 정의, 무해성이라는 상충 가능한 원칙들을 포괄하며, 이 충돌을 선험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도 감사 가능한 절차로 제도화되었다. 금융 규제도 수익성, 안전성, 공정성이라는 긴장하는 지표들을 단일 법령 안에 통합했다. 지표 충돌 자체가 표준화를 가로막지 않는다. 충돌하는 지표들 사이에서 우선순위와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절차가 제도화될 때 표준은 형성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의 현재 위치는 분명하다. EU AI Act는 2025년 8월부터 범용 AI(GPAI) 모델 제공자에게 에너지 소비 문서화 의무를 부과하고, AI 사무국이 에너지 소비 관련 기술 문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알고리즘 공정성 심사도 EU AI Act의 고위험 AI 시스템 조항 아래 투명성과 위험 관리 의무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 기준과 통합 측정 방법론은 아직 표준화 작업 중이다. EU 표준화 기관(CEN·CENELEC)은 2025년 8월까지 고위험 AI 시스템 요건에 관한 표준을 완성하지 못했으며, 에너지 효율 표준화 작업은 2026년 이후로 이어진다. 스탠퍼드 AI Index 2024년판은 주요 AI 개발사들이 책임 있는 AI 벤치마크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측정하는 표준화 부재를 지적했다. 일부 투명성 의무는 진행 중이나 통합된 수치 기준은 미완 상태다.
개념의 계보가 표준화에 부과하는 조건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이 단일한 이론적 기원을 갖지 않고 서로 다른 담론들의 역사적 접합으로 형성된 개념이라는 사실은, 표준화 가능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표준화의 조건은 개념의 단일 기원이 아니라 측정 가능성, 검증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다. 세 조건을 충족하는 제도적 정착이 이루어질 때, '지속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은 선언에서 표준으로 이행한다.
참고자료
- Schwartz, R., Dodge, J., Smith, N. A., & Etzioni, O. (2020). Green AI. Communications of the ACM, 63(12), 54–63.
- Strubell, E., Ganesh, A., & McCallum, A. (2019). Energy and policy considerations for deep learning in NLP. Proceedings of ACL 2019.
- Buolamwini, J., & Gebru, T. (2018). Gender shades: Intersectional accuracy disparities in commercial gender classification. Proceedings of FAT 2018.
-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4). Electricity 2024: Analysis and forecast to 2026. IEA.
- European Commission. (2019). Ethics guidelines for trustworthy AI. High-Level Expert Group on Artifi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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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TEP. (2025). AI로 인한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대응방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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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