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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귀해질수록 아이 키우기는 어려워진다

저출생을 둘러싼 역설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학교가 비고, 학교가 비어 통학로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고, 가게들이 문을 닫아 골목이 비고, 골목이 비어 빈집이 늘어난다. 그리고 빈집이 늘어난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를 혼자 등교시키지 못한다. 사회는 아이가 귀해졌다고 말하면서, 남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점점 더 위험하게 방치한다. 이 역설이 저출생 담론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가리킨다. 문제는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가 아니라, 지금 이 구조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어떤 조건 위에 성립하는가다.


통념이 설득력을 갖는 자리

저출생을 개인 선택의 문제로 읽는 시각은 근거가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을 기록했으며, OECD 평균 1.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OECD, Society at a Glance 2024). 이 수치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출산을 둘러싼 개인적 판단의 집합처럼 보인다. 주거 비용, 교육 경쟁, 경력 단절 우려, 불안정한 노동 환경 — 이 요인들은 실재하며, 개인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계산 가능한 이유가 된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2000년 29.0세에서 2022년 33.5세로 상승했다(OECD, Society at a Glance 2024). 사람들은 선택하고 있으며, 그 선택에는 구체적 이유가 있다.

이 시각은 정책 방향도 결정한다. 출산 장려금이 오르고, 육아휴직 급여가 확대되고, 아이돌봄 서비스 예산이 늘어난다. 선택의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해법이 된다. 부산시도 2026년 출산·보육정책 리플릿을 새로 발간하고, 신혼부부 주택융자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부산광역시, 2026). 정책은 개인이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


통념이 설명하지 못하는 자리

이 해석은 한 가지를 건너뛴다. 이미 선택한 사람들, 이미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가족들이 겪는 현실이다.

부산 중구에는 공립 유치원이 충분하지 않다.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부모는 멀리 떨어진 기관을 찾아야 하고, 통학을 직접 담당해야 한다. 등하원 도우미를 구하기 어렵고, 일하는 부모는 매일 퇴근 시간을 등하원 시간에 맞춰야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부족해 다른 동네로 원정을 가야 한다(KBS 다큐멘터리K, 2025). 부산 영도구, 동구, 서구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행정안전부, 2021). 이 지역들에서는 인구감소와 주택 노후화가 겹치면서 빈집 문제가 통학로 주변의 관리 공백으로 체감된다. 방치된 공간은 물리적 사고 가능성과 별개로, 관리되지 않는 공간이 만드는 불안 — 부모가 느끼는 등하교 위험감 — 을 키운다. 이 위험감은 일부 부모에게 아이를 혼자 등교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조건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부모들이 매일 직접 동행한다.

부산 전체로 보면,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부산 인구는 325만 7천 명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집계결과, 2025). 30년 이상 된 빈집 비율은 8개 특별·광역시 중 최고다. 2024년 3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율로 산정하는 소멸위험지수에서 부산은 6대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한국고용정보원, 2024). 부산 중위연령은 48.9세로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다. 아이가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 얼마나 빠르게 노화하고 있는지, 이 수치들이 보여준다.

개인 선택론은 이 지점에서 설명력을 잃는다.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했더라도, 그 선택이 지속되려면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어야 하고, 부모가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일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가 동네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은 선택지를 사후적으로 축소한다. 아이를 낳은 이후의 생활 전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무너지고 있다.


불가피성 서사가 작동하는 방식

통념의 더 깊은 문제는 저출생을 불가피한 추세로 프레이밍하는 방식에 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고학력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은 낮아진다는 서술이 함께 따라온다. 이 서술은 사실의 일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불가피한 것처럼 제시될 때, 선택의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 빈집 관리는 예산이 없어서 안 되고, 공립 유치원 확충은 수요가 없어서 안 되고, 통학로 정비는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 투자 효율이 없다는 논리가 정당화된다. 이때 저출생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통학로·보육기관·놀이 장소·빈집 관리가 결합된 아동 생활권 투자를 미루는 정책 논리로 다시 사용된다.

이 지점에서 강한 반론이 가능하다. 아동 수가 급감한 지역에서는 동네 단위 인프라를 전면 유지하는 것이 비효율이므로, 거점 시설 통합과 통학버스 강화가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부산시는 어린이 통학로 종합안전대책에서 통학버스 지원 확대를 12개 세부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부산광역시, 2023). 반론은 여기서 한 단계 더 강해질 수 있다. 통학버스, 승하차 거점, 동행 인력, 대기 공간까지 공적으로 설계한다면 생활권을 동네 단위로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면 아이가 사는 골목의 상태는 부차적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반론은 비용 효율성에서는 강하지만, 출산 이후의 삶을 특정 시설 접근성으로 축소한다. 거점에 도달하기 위한 골목, 버스가 오기 전까지의 대기 공간, 승하차 지점까지의 접근 경로는 여전히 동네에 남는다. 아이가 뛰어노는 시간, 부모가 아이를 시선 안에 두는 시간은 거점과 거점 사이에 있다. 이동권 보장은 생활권 전체를 대신하지 못한다. 부산시의 1,200억 원 규모 통학로 정비 계획은 이미 위험해진 공간을 사후에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 대책만으로는 공간이 위험해지는 구조적 과정 — 인구 유출, 빈집 증가, 유지 관리의 공백 — 을 직접 다루기 어렵다. 부산시는 2026년부터 빈집 정비 고도화 정책을 별도로 전면 시행한다(부산광역시, 2025). 그러나 이 정책의 목표는 도시 안전·미관 개선과 지역 활력 회복에 설정되어 있다. 통학로, 보육기관 접근성, 놀이 장소, 대기 공간을 아동 생활권의 관점에서 통합 설계하는 방향은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 빈집이 줄어드는 것과, 줄어든 자리에서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동네가 만들어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질문을 다시 놓는 자리

저출생을 개인 선택의 총합으로 읽는 시각은 사실 관계를 틀리게 보지 않는다.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환경 자체를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를 묻는 자리에서 정책은 인센티브를 설계한다. 이 구조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어떤 삶을 의미하는가를 묻는 자리에서 정책의 설계 원리가 달라진다.

아이가 귀해질수록 아이 키우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것이 역설로 보이는 이유는 저출생을 인구 수치의 문제로만 읽어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활권의 문제다. 여기서 생활권은 추상적 지역성이 아니라 통학로, 보육기관, 놀이 장소, 빈집 관리가 결합된 구체적 조건이다. 아이가 통학로를 걸을 수 있는지, 부모가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지, 동네에서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지 — 이 질문들이 출산 이후의 삶을 구성한다. 그 삶이 가능한 생활권을 만드는 일이, 출산을 앞둔 선택보다 먼저 물어져야 할 조건이다.


참고자료

  • OECD, Society at a Glance 2024 — Country Notes: 대한민국, 2024.
  • 통계청,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집계결과 — 인구·가구 편』, 2025.
  •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 2021 지정·이후 갱신.
  •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 2024.
  • 부산광역시, 「어린이 통학로 종합안전대책」 보도자료, 2023.
  • 부산광역시, 「빈집 정비 고도화 계획」 보도자료, 2025.
  • 부산광역시, 『2026년 부산시 출산·보육정책 리플릿』, 2026.
  • KBS 다큐멘터리K, 「어른 없이는 아이 혼자 절대 등·하교 못시켜요」,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