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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책임 귀속 조건 변화: 개인적 회수와 제도적 투명성의 이중 구조

1. 추천 시스템이 재설정하는 책임 귀속의 새로운 지평

AI 추천 시스템은 주체가 행위의 이유를 자기 서사 안에서 회수하는 '책임 귀속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형한다. 알고리즘이 배정한 최적의 결과를 수용할 때, 행위자는 편리한 기회를 얻는 대가로 그 행위를 자신의 것으로 설명할 근거를 상실할 위험에 직면한다. 본 논의는 책임 귀속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서의 '서사적 회수'를 정의하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개인적·제도적 층위의 조건을 분석한다.

논의의 명료성을 위해 세 핵심 개념을 운용적으로 정의한다. 첫째, '책임 귀속 조건'은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 이유를 외부 시스템의 연산이 아닌 자기 삶의 일관된 맥락 안에서 설명할 수 있는 상태다. 둘째, '서사적 회수'는 알고리즘의 제안을 수용한 이후 해당 선택이 자신의 가치 체계와 어떻게 부합하는지 주체적으로 재구성하여 삶의 맥락에 통합하는 사후적 전유 능력이다. 셋째, '회수 가능성'은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의 투명성과 주체의 반성적 검토 능력이 결합하여 행위 이유를 주체화할 수 있는 임계치를 의미한다.

2. 데이터 파편화에 따른 책임 해석 준거의 외부화

추천 시스템은 주체를 통계적으로 재조합 가능한 데이터의 집합으로 취급하며, 이는 질 들뢰즈가 통찰한 '분할체'로서의 존재 방식을 강화한다. 시스템 안에서 주체는 파편화되며, 행위 이유를 해석하는 준거는 주체의 내면적 결단에서 외부의 상관관계 모델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체가 자신의 선택을 의지의 결과가 아닌 최적화된 배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행위와 책임 사이의 서사적 연결고리는 약화된다.

한병철이 분석한 '서사의 위기'는 이러한 무시간적 최적화 환경에서 구체화된다. 행위의 전후 맥락을 소거한 채 현재의 데이터셋으로만 결정되는 예측 모델은 주체가 자신의 삶을 연속적인 책임 서사로 직조하는 것을 방해한다. 행위의 판단 기준이 시스템에 존재할 때, 주체는 결과에 대한 도덕적 부담을 기술적 필연성으로 전가하기 쉽다. 이는 책임을 자기 서사에 귀속시키던 기존의 인과적 구조가 데이터 환경의 요구에 따라 외부로 전이되는 과정이다.

3. 위임의 임계점: 서사적 회수와 사후 자기 합리화의 구분

사소한 선택의 자동화는 주체의 실존적 에너지를 보존하여 고차원적 결단에 집중하게 돕는 정당한 보조 장치로 기능한다. 다만 이러한 위임이 책임 귀속의 훼손으로 변질되는 지점은 주체의 '서사적 회수'가 '사후 자기 합리화'로 전락할 때 발생한다. 자기 합리화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결과에 맞춰 사후적으로 이유를 조작하는 행위인 반면, 서사적 회수는 추천된 선택지를 자신의 장기적인 가치관 및 과거의 행위 궤적과 대조하여 그 정당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주체의 회수 능력은 시스템의 '설명 가능성'이라는 제도적 조건에 의존한다. 여기서 설명 가능성이란 추천의 세부 연산식 전체가 아니라, 사용자가 자신의 선택 이유를 재구성할 수 있을 만큼의 기준 공개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추천 기준의 범주, 항목별 가중치, 사용자의 직접적인 수정 가능성 등이 투명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설계적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주체의 회수 노력은 공허한 자기 정당화에 그치게 된다. 따라서 정당한 위임은 주체가 시스템의 제안 이유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적 토대를 필수로 요구한다.

4. 서사적 회수와 제도적 투명성의 결합을 통한 책임 회복

AI 시대의 책임 회복은 추천된 결과를 주체의 삶 속으로 재전유하는 사후적 통합 작업을 통해 달성된다. 시스템이 제시한 최적의 기회들 사이에서 주체는 자신의 목소리로 '왜 이것을 선택했는가'를 서사화함으로써 행위의 소유권을 확보한다. 이러한 개인적 노력은 알고리즘의 최적화가 메우지 못한 의미의 공백을 채우는 주체적 결단이며, 기술 사회에서 실존을 지탱하는 핵심 조건이다.

결론적으로 책임 귀속 조건의 회복은 주체의 서사적 회수와 시스템의 설명 가능성이 결합할 때만 성립한다. 주체는 추천 이후의 선택 이유를 자기 서사 안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자기 삶의 책임 있는 저자로 존재한다. 추천은 기회의 시작이며, 그 기회를 책임 있는 행위로 완성하는 것은 주체가 부여하는 사후적 의미와 시스템이 제공하는 설명의 상호작용이다. 책임 있는 주체는 시스템이 제시한 최적의 결과물을 자신의 삶의 맥락 안에서 고유한 이유로 재구성하고 설명해내는 능력을 통해 성립한다.

참고자료

  • Gilles Deleuze, "Postscript on the Societies of Control." (주체의 데이터 파편화 및 분할체 개념 관련)
  • 한병철, 『서사의 위기』. (데이터 환경에서의 서사 구조 약화 및 책임의 문제 관련)
  • Martin Heidegger, Being and Time. (시간성의 기술적 평면화와 관련한 비판적 논의를 위한 기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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