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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의 뒷면

문제아,
촉법소년,
피의자.

검은 글씨들은
비에 젖지 않는 못처럼
가슴에 박혔다.

고개를 숙이는 높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안쪽에서 돌아오지 않는 손잡이.

어떤 밤에는
보육원 창문이 유리보다 차가웠고
아이들은 불 꺼진 집을 세다가
숫자를 잃어버렸다.

어떤 아침에는
밥상보다 먼저 손바닥이 날아왔고
국그릇은 엎질러진 채
따뜻한 말을 오래 식혔다.

골목은 아이를 불렀다.
법은 늦은 구두 소리로
젖은 계단을 올라왔다.

놓친 손이 녹슬고,
미룬 신고가 굳고,
닫힌 방의 어둠이
손가락 사이에서 자라
작고 빛나는 모서리가 되었을 뿐.

의자는 차가웠다.
아이는 여러 번 불렸다.

번호로,
죄명으로,
나이로,
뉴스의 한 줄로.

그때마다 이름은
서류 맨 아래
접힌 자리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문장은
판결문 밖에서만
문이 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고.

조금 늦게,
더 오래 묻지 않은 물음이
복도 끝에서 신발을 고쳐 신는다.

그 아이는 어디서부터
혼자였을까.

울음은 접수되지 못했고,
멍은 사진 밖에서 사라졌고,
빈 그릇은 통계 속에서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낡은 명찰의 뒷면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처럼,
아직 읽히지 않은 첫 글자가
어둡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