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의 입구

여명이 웅덩이 가장자리를 만질 때, 밤새 젖어 있던 문장들이 낮게 부풀었다. 누군가 말하지 못한 고백은 종이처럼 불어 바닥에 붙어 있었고, 비명은 물비린내 속에서 자음만 남긴 채 떠올랐다. 빛은 그것들을 구하지 않았다. 다만 가장자리의 흉터를 한 줄씩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망각은 서두르지 않았다. 검은 혀처럼 물 위를 지나가며 어제 목숨처럼 붙들었던 단어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사랑이라고 적힌 음절은 진흙에 먼저 번졌고, 미움의 날을 세우던 말들은 물 아래서 둥글어졌다. 수면에는 빈 기포만 올라왔다. 그것이 터질 때마다, 어제의 냄새가 잠깐 공기 속에 서 있다가 사라졌다.
발밑의 흙은 물도 땅도 아닌 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한 걸음도 들여놓지 못하고, 우리에게서 지워지는 것이 우리를 조금 가볍게 만드는지, 조금 더 낯설게 만드는지 가만히 보았다. 이름을 잃은 것들은 더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고요는 편안함보다 낮고, 죽음보다 오래 젖어 있었다.
안개가 내려와 웅덩이의 경계를 지웠다. 아침은 멀리서 밝아왔지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핥아 올려진 말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작은 물결만 남았다. 웅덩이 가장자리에 붙은 잎 하나만, 아직 마르지 않았다.
작성일 : 2026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