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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들판을 깨우는 우레 — 뇌지예(雷地豫)

들판의 나라는 첫 우레로 알았다.

겨울 끝에 하늘이 한 번 깊게 울리면, 얼어 있던 흙이 그 소리를 듣고 풀렸다. 산 아래 개울이 먼저 움직였고, 마을의 닫힌 창문들이 하나둘 열렸다. 아이들은 밖으로 뛰어나왔고, 농부들은 헛간에 세워 둔 쟁기를 다시 만졌다. 그 나라에서는 천둥을 두려움의 소리라기보다, 오래 멈추어 있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알림으로 여겼다.

그해의 첫 우레는 유난히 늦었다.

백성들은 이미 몇 해 동안 고개를 낮추고 살았다. 전쟁이 지나갔고, 세금은 무거웠고, 흉년은 길었다. 사람들은 큰 기대를 입 밖에 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웃음도 아껴 썼고, 잔치도 줄였고, 아이가 태어나도 기쁨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기쁜 일이 너무 오래 없으면, 기쁨을 맞이하는 법도 함께 잊힌다.

마침내 어느 새벽, 서쪽 구름이 밀려오더니 들판 위에서 하늘이 크게 갈라졌다.

우레가 울렸다.

궁성의 누각에서 그 소리를 들은 재상 하문은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은 병약했고, 대신들은 신중함이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군막은 철거되지 않았고, 흉년이 물러났는데도 곡식 창고는 닫혀 있었다. 나라에는 봄이 왔지만, 조정은 아직 겨울의 자세로 굳어 있었다.

하문은 그날 아침 왕에게 말했다.

“이제 문을 열어야 합니다.”

왕은 침상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흐렸지만 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백성들이 너무 오래 참았습니다.”

“그래서 잔치를 열자는 말인가.”

“잔치만 열면 하루가 지나고 끝납니다. 움직임을 열어야 합니다.”

하문은 오래 보관되어 있던 큰 북을 궁정 마당으로 내오게 했다. 전쟁 때 군대를 모으던 북이었고, 흉년 때는 창고 문을 닫는 신호로 쓰였던 북이었다. 먼지가 쌓인 그 북을 그는 다시 닦게 했다. 그리고 북소리의 뜻을 새로 정했다.

첫 번째 울림에는 곡식 창고를 연다.
두 번째 울림에는 제방과 수로를 고친다.
세 번째 울림에는 각 고을의 장정들이 광장으로 모인다. 아직 무너진 길과 다리를 함께 세우기 위해서다.
네 번째 울림에는 악사들이 거리로 나와 음악을 연주한다. 일이 끝난 뒤에는 모두 함께 먹고, 함께 쉰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북은 늘 명령의 소리였고, 명령은 대개 더 내놓으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북이 울린 뒤 정말로 창고 문이 열렸다. 오래 잠겨 있던 쌀자루가 마을로 내려왔고, 둘째 북이 울리자 목수와 석공이 먼저 길을 나섰다. 셋째 북이 울릴 때는 마을마다 청년들이 삽과 밧줄을 들고 모였다. 누구도 끌려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일에 불려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라가 오랜만에 같은 박자로 움직였다.

하문은 이미 움직이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흩어져 있음을 알았다. 해야 할 일과 기쁜 마음이 같은 방향을 보도록 자리를 잡아 주었을 뿐이다. 그해 봄, 여러 고을의 장로들은 서로 다투던 물길을 다시 나누었고, 젊은이들은 끊어진 산길을 복구했으며, 악사들은 밤마다 광장에서 새로운 곡을 연주했다. 왕은 그 모습을 직접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문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병상에 누운 얼굴이 아주 조금 풀어졌다.

하문의 곁에는 유난히 말이 많은 젊은 심부름꾼 하나가 있었다. 이름은 길소였다.

길소는 재상의 작은 눈짓 하나만 받아도 자신이 나라의 중심에 선 듯 떠들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의 들뜬 기색을 귀엽게 보았다. 그는 곡식 자루가 내려오는 날에도, 다리 공사가 시작되는 날에도, 누구보다 먼저 광장으로 달려가 외쳤다.

“이번 일은 제가 먼저 들었습니다.”
“재상께서 저를 따로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북이 한 번 더 울릴지도 모릅니다.”

그는 실제로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아는 사람처럼 굴었다. 어느 날 길소는 시장 한복판에서 장난삼아 작은 북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모두 모이십시오. 재상께서 부르십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모였다. 장사꾼들은 좌판을 걷고, 수로 공사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연장을 내려놓고 뛰어왔다. 허탕이었다. 하문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시장은 이미 반나절을 잃은 뒤였다.

그는 길소를 꾸짖지 않고 북채를 거두었다.

“기쁜 소리를 먼저 얻었다고 해서, 그 소리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길소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사람들의 신뢰는 그날 조금 깨졌다. 북소리는 모두를 움직이는 힘이었고, 그 힘을 가볍게 흉내 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그 무렵, 강가의 돌다리를 맡아 보던 여인 석은은 들뜬 나라의 다른 면을 보았다.

봄물이 늘어나고 있었다. 제방은 빠르게 보수되었지만, 오래 방치된 다리 아래쪽의 큰 받침돌 하나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했다. 사람들은 다리 위에서 악기를 옮겼고, 아이들은 물결을 구경하며 난간에 매달렸다. 석은은 낮 한때 돌의 기울기가 어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바로 통행을 막고 사람들을 다른 길로 돌렸다. 상인들은 불평했고, 악사들은 일정이 늦어진다고 투덜거렸다. 석은은 돌 아래에 흰 가루를 뿌려 두고, 물이 불어나며 가루가 한쪽으로 쓸려 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제야 사람들이 잠잠해졌다.

그날 밤 비가 내렸다. 새벽 무렵 다리의 절반이 주저앉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하문은 다음 날 석은을 불렀다. 왜 그리 빨리 판단했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석은은 말했다.

“다리가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면, 무너졌다는 사실만 알 수 있습니다. 기울기 시작할 때 보면, 길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문은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기쁨이 가득한 시절에는 사람들의 눈이 멀리 가기 쉽다. 석은은 들뜬 소음 속에서도 아주 작은 어긋남을 보았다. 나라가 즐거울수록 그런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조정에는 반대로, 늘 하문의 얼굴만 살피는 관리도 있었다. 이름은 도회였다.

도회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문이 웃으면 함께 웃었고, 하문이 입을 다물면 자신도 침묵했다. 어느 고을에서 수로 공사 인원을 너무 많이 빼앗아 논갈이가 늦어진다는 보고가 들어왔을 때도 그는 즉시 조정하지 않았다. 하문이 먼저 언급하기를 기다렸다.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 논 한 구역은 제때 갈리지 못했고, 백성들은 일은 많은데 밭은 비어 간다고 수군거렸다. 결국 하문이 그 일을 직접 바로잡았다. 도회는 사죄했다.

“재상께서 어떻게 보실지 몰랐습니다.”

하문은 담담히 답했다.

“나라의 일은 내 표정을 읽는 것이 아니다. 제때 보아야 할 것을 보는 일이다.”

도회는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 남은 것은 큰 죄라기보다 늦은 후회였다. 보아야 할 대상을 사람의 얼굴로 잘못 정한 탓이었다.

봄이 깊어지자 나라는 점점 밝아졌다. 낮에는 공사가 이어졌고, 밤에는 음악이 이어졌다. 왕은 여전히 자주 앓았다. 대신들은 그가 너무 약하다고 수군거렸고, 어떤 이는 재상 하문이 사실상 나라를 다스린다고 말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하문은 왕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

왕도 그 사실을 알았다. 그는 몸이 약해 긴 회의를 버티지 못했고, 때로는 결정을 내리다 지쳐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인장은 직접 찍었다. 누가 창고를 열고, 어느 고을의 우두머리를 세우며, 언제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 백성을 모을 것인지를 승인하는 자리는 여전히 왕에게 있었다. 병든 몸이 나라를 앞장서 이끌지는 못했지만, 자리를 지키고 질서를 끊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역할이었다.

백성들은 왕을 열렬히 찬양하지는 않았다. 대신 함부로 끌어내리지도 않았다. 나라의 중심은 완전히 강하지 않았으나, 무너지지도 않았다. 그 불완전한 중심 위에서 하문은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기쁨이 왕권을 비웃는 소리가 되지 않도록, 화합이 권력을 빼앗는 흥분으로 변하지 않도록.

문제는 궁성의 가장 높은 누각에서 일어났다.

노귀족 범악은 세상이 다시 즐거워졌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깊이 취했다. 그는 처음에는 음악을 후원했고, 악사들에게 좋은 술과 옷을 내렸다. 사람들은 그를 너그러운 어른이라 불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의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낮에 일하던 장정들이 밤마다 그의 누각으로 불려 갔고, 악사들은 다른 고을의 축제를 돌보지 못한 채 궁성 안에서만 연주했다.

범악은 늘 말했다.

“나라가 평안한데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가. 기쁜 때는 기뻐해야 한다.”

그 말은 반쯤 옳았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

어느 밤, 누각 아래에서 술 취한 손님들이 장난으로 북을 쳤다. 하문의 큰 북을 흉내 낸 박자였다. 마침 멀리 강가에서는 폭우 때문에 물이 다시 불어나고 있었다. 석은이 급히 보낸 전령이 궁문을 두드렸지만, 누각의 음악이 너무 커 문지기들이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늦게서야 전갈이 전해졌고, 하문은 사람을 모아 제방으로 달려갔다. 큰 피해는 막았지만, 범악의 잔치가 위험을 덮는 소음이 되었음은 모두가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범악은 처음으로 누각의 문을 닫았다.

그는 술상을 치우게 했고, 악사들을 돌려보냈다. 쌓아 두었던 비단과 곡식을 강가의 수리 인부들에게 내놓았다. 누각의 가장 넓은 방은 장마철 피난민들이 머무는 곳으로 비워졌다. 사람들은 그가 늦게라도 바뀐 것을 보고 더 책망하지 않았다. 기쁨이 어둠으로 굳어지기 전에 스스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장마가 지나고, 들판은 짙은 초록으로 차올랐다.

하문은 어느 저녁 궁정 마당의 큰 북 앞에 홀로 섰다. 처음 이 북을 다시 꺼내던 날보다 북가죽은 조금 닳아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함께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그는 북채를 들었다가 이내 내려놓았다. 오늘은 울리지 않아도 되었다.

광장에서는 이미 아이들이 작은 장단을 맞추고 있었고, 멀리 수로에서는 물이 제 길을 따라 흘렀다. 왕의 방 창문은 열려 있었고, 석은은 새 다리의 마지막 돌을 살피고 있었으며, 길소는 이제 함부로 외치지 않고 실제 전갈만 또박또박 전했다. 도회는 보고서를 남보다 먼저 읽었고, 범악의 누각에는 밤마다 잔치 대신 여행자들이 묵었다.

첫 우레가 이미 움직일 준비가 된 것들을 깨웠다.

그 소리를 듣고도 떠들기만 한 사람은 스스로를 잃었고, 남의 얼굴만 바라본 사람은 때를 놓쳤다. 작은 기미를 먼저 본 사람은 무너짐을 막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한 박자로 모은 사람은 큰 일을 이루었다. 병든 중심은 끝내 쓰러지지 않았으며, 어두운 즐거움에 빠진 자도 돌아설 때를 얻었다.

그해 가을의 수확은 오래 기록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봄의 첫 천둥이 울린 뒤 서로 다른 발걸음이 한동안 같은 길을 향해 움직였던 일을 오래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