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영원한 비상사태라는 통치 방식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정책”보다 “상태”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나라를 하나의 상시 동원 체제로 운영한다. 경제는 전쟁의 언어로, 외교는 거래의 언어로, 국내정치는 충성의 언어로 재번역된다. 그리고 그 번역의 엔진은 늘 같다. 위기—동원—압박—재협상.
지금 그 엔진은 이란 전쟁으로 최고 회전수에 들어갔다.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로 명명된 공습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보도까지 동반하며 충격을 키웠다. 트럼프는 CNN 인터뷰에서 “큰 파도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말하며 더 큰 확전을 암시했다. 동시에 목표와 명분은 며칠 사이 여러 번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초기에는 사실상 ‘정권교체’를 암시하다가, 최근에는 핵·미사일 위협 차단으로 톤을 바꿨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쟁이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운영체제”로 기능할 때다. 트럼프에게 전쟁은 외부의 적을 제거하는 수단이면서, 내부의 반대자를 침묵시키는 배경음이 된다. 그리고 이때 국가는 늘 한 가지 질문을 잃는다. “그 다음 날(Day After)은 무엇인가?” 독일 총리 메르츠가 방미 의제의 핵심을 사실상 그 질문으로 좁히고 있다는 보도는, 동맹의 불안을 잘 보여준다.
1) 전쟁은 트럼프에게 ‘협상력’이다 ⚔️
이번 충돌을 단순히 중동 변수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글로벌 협상 테이블의 지렛대로 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3월 말 베이징 방문(정상회담 가능성) 전, 이란과 베네수엘라라는 중국의 주요 파트너를 연속 타격함으로써 시진핑을 “뒷걸음치게(back foot)”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이 해상 수입 원유의 13.4%를 이란에서 조달했다는 수치가 거론되며,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이 중국에 비대칭적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서 트럼프식 외교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는 ‘규칙 기반 질서’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의 비용 구조를 건드려 협상각을 만든다. 동맹에게는 “너희도 나와 함께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경쟁국에게는 “내가 세계 에너지 밸브에 손을 얹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흘린다. 로이터는 미 당국이 중동에 집중하느라 중장기적으로 대만 억지력(탄약 재고)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부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한다. ‘협상력’의 대가가 ‘전략적 분산’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2) 전쟁은 ‘물가’로 집에 돌아온다 ⛽
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숫자는 여론조사보다 주유소 전광판일지 모른다. 로이터는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를 넘었고, 이란 보복(호르무즈·인접국 시설 타격 등)으로 유가가 뛰며 정치적 시험대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전쟁 지지 역시 박하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대이란 공습 지지는 약 4명 중 1명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ABC는 같은 조사 맥락에서 “군사력 사용에 너무 적극적”이라는 응답이 다수라는 점을 요약했다.
이때 트럼프의 전형적 선택은 둘 중 하나다.
- 전쟁을 짧게 끝내 “승리 서사”로 마감하거나,
- 전쟁을 길게 끌며 “애국-충성” 프레임으로 국내 분열을 재편한다.
그런데 첫 번째는 현실적으로 불확실하고, 두 번째는 경제·재정 비용이 누적된다. 로이터(브레이킹뷰)는 호르무즈 봉쇄, LNG·정유 차질, 그리고 전쟁 장기화가 가져올 가격 충격을 경고하며 정치적 역풍 가능성을 짚었다. 결국 트럼프의 “whatever it takes(무엇이든 필요하면)”식 언어는, 유권자에게 “얼마나 더 내야 하느냐”로 번역된다.
3) 관세: 대법원이 막으면, 다른 법을 찾는다 📦
트럼프의 또 다른 상시 비상사태는 관세다. 2월 20일 연방대법원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기반 관세를 불법으로 판단한 뒤, 행정부는 곧바로 다른 권한을 끌어와 임시 수입부과금(섹션 122 성격)을 도입했다는 흐름이 확인된다. 백악관 팩트시트는 이를 “국제수지 문제”를 이유로 든 임시 조치로 설명한다.
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와 ‘정치가 원하는 범위’는 다르다. PIIE는 섹션 122가 150일짜리 임시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가 지속을 원하면 다른 권한이나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럽 싱크탱크들도 대응 전략을 논한다. 그리고 사후폭탄이 있다. AP는 대법원 판단으로 “불법 관세” 환급이 본격화될 수 있고, 행정부가 환급 절차 지연을 시도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요컨대 트럼프의 경제 운영은 관세를 걷고—법원에 막히고—다른 관세로 갈아타는 ‘순환’에 가깝다. 시장이 싫어하는 건 높은 관세 그 자체보다, 이 순환이 만드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4) 보복 정치: 칼을 휘두르되, 끝까지 밀지는 못한다 ⚖️
트럼프의 통치는 종종 “정책 집행”과 “적대 세력 처벌”의 경계를 지운다. 대표 사례가 특정 로펌들을 겨냥한 행정명령이었다. 그러나 미 법무부가 그 행정명령들을 되살리려던 항소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후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원들이 표현의 자유·적법절차 등 헌법적 문제를 들어 위헌 판단을 내렸고, 행정부가 더 밀어붙이지 못한 셈이다.
이 대목은 트럼프식 권력의 핵심 역설을 드러낸다. 그는 늘 최대치로 위협해 상대의 ‘자기검열’을 유도하지만, 제도권이 끝까지 맞서면 종종 한 발 물러난다. 문제는 그 사이에 남는 손상이다. “처벌이 실제로 완결되지 않아도” 공포는 이미 배치된다. 트럼프는 그 공포로 충성의 결속을 얻고, 반대 진영에는 소송 비용과 피로를 떠넘긴다.
5) 이민: 행정의 과잉이 법원에서 터진다 🧱
전쟁이 ‘외부 비상사태’라면, 이민은 ‘내부 비상사태’다. 트럼프 2기의 강경 이민정책은 대규모 구금(보석 심사 제한) 논란으로 법정에서 거칠게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는 연방판사가 행정부의 대규모 구금 정책을 정당화한 이민항소위원회(BIA) 판단을 뒤집으며, 행정부가 법원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사례를 전했다. AP 역시 의원들의 구금시설 방문을 7일 전 통보로 제한한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건 단순한 인권 논쟁이 아니다. 트럼프에게 이민은 통치 상징이다. “내가 통제한다”는 이미지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레버다. 그러나 법원이 반복적으로 제동을 걸수록, 트럼프는 다시 ‘사법부 vs 국민’ 구도를 만들 유인을 갖는다. 정책의 성패보다 “누가 방해하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 국가는 행정이 아니라 서사로 운영된다.
6) 중간선거: 트럼프는 ‘자기 자신을 위해’ 선거를 치른다 🗳️
2026년 중간선거는 명목상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는 선거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의 신임투표에 가깝다. 그는 이미 중간선거 전략을 직접 주도하며 공화당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로이터 보도가 있었다. 알자지라는 트럼프가 “자신이 투표용지에 있는 것처럼” 선거를 치르려 한다고 묘사했다.
이 구조에서 전쟁·관세·이민은 모두 같은 기능을 한다. 지지층 결집. 반대파를 설득하지 못해도, 자기 편을 더 단단히 묶으면 의회 권력이 유지되고, 그 의회 권력이 다시 트럼프의 행동 반경을 넓힌다. 그래서 트럼프에게 중요한 건 “합의”가 아니라 “장악”이다.
결론: 트럼프는 ‘해결자’가 아니라 ‘압박자’다
트럼프의 정치적 재능은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고 그 책임을 빌미로 상대를 재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능력이다. 이란 전쟁은 그 방식의 극단이다. 그는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세계를 더 높은 긴장 상태로 고정시킨다. 그리고 그 긴장 속에서 자신은 늘 “결정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트럼프를 읽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윤리적 호오(好惡)가 아니라, 그의 통치가 어떤 반복 패턴을 갖는지 보는 것이다.
-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 제도 바깥의 언어로 정당화하며,
- 비용을 상대에게 전가하려 하고,
- 법원이 막으면 다른 통로로 우회한다.
그 패턴이 멈추는 지점은 하나다. 비용이 표로 돌아오는 순간—유가, 물가, 전사자, 환급 재정, 동맹 균열.
2026년 3월 3일의 트럼프는, 그 비용이 막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점에 서 있다.
출처: https://elanvital.tistory.com/184 [Feel it:티스토리]